[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새 정부의 경제 소통 파트너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잇달아 대규모 제주 행사를 개최하며 또 한 번 '재계 맏형'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2박 3일간의 제주포럼 일정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3년 만에 개최되는 포럼은 오는 15일까지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열리며, 대한상의는 이번 포럼을 통해 복합 경제 위기를 뚫을 활로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참석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전국상의 회장단, 기업인 등 600여 명이다.
대한상의는 "이번 제주포럼은 많은 기업인이 한꺼번에 몰려 접수 마감 8일 전에 조기 마감되는 진풍경을 겪기도 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열렸고, 복합 위기에 대한 명사들의 해법을 듣고자 하는 이들의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붕괴·금융 위기 이후 10년,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나'의 저자로 알려진 세계적인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포스트 워 시대'를 전망했다.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설명하는 데는 신용석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가 나섰다.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에 오른 송승헌 대표는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도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원포인트 레슨을 갖는다. 이외에도 '기술 선진국의 자격'을 주제로 이정동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가, '국제 통상 질서 속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가 강연한다.
특히 정부 측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 강연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 성장률 둔화, 인플레이션 등 복합 리스크라는 경제 상황에서 당면한 위기를 뚫고 새로운 성장 활로를 찾기 위한 '윤석열 경제팀'의 지원 방향을 제시했다.
대한상의가 본격적인 제주포럼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라이벌 경제단체로 꼽히는 전경련도 조만간 제주에서 CEO 하계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일정은 20일부터 23일까지로, 전경련은 단체의 성공적 재기를 알리는 차원에서 대규모 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타격을 입었고, 문재인 정부 시절 내내 주요 공식 행사에 배제되는 등 재계 맏형 자리를 대한상의에 내준 상태다.
재계는 제주하계포럼의 참석자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전경련의 회복된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축사를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연사로는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이석우 두나무 대표,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등이 나선다.
그동안 대한상의와 전경련은 재계 맏형 자리를 놓고 물밑 주도권 경쟁을 벌여왔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이 주요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경쟁 구도가 치열해진 형국이다. 두 단체는 윤석열 정부에 제안서를 적극적으로 내며 '정책 대결'을 벌인 데 이어, 주요 정부 관계자를 초청해 소통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행사를 나란히 개최하는 등 역할이 중복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앞선 지위를 보여주기 위해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단체가 자신들이 개최하는 이번 제주 행사를 '경제계 최대 행사'로 보이게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18만 회원사를 아우르는 138년(1884년 한성상업회의소) 역사의 법정 경제단체다. 160개국 세계 상의 네트워크와 73개 전국 상공회의소를 기반으로 기업 환경 개선 및 경제 교류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일본 경단련을 모티브로 대기업을 모아 만든 민간 경제단체로, 올바른 경제 정책 구현과 한국 경제의 국제화 촉진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이 지난 2011년부터 11년째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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