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빅스텝'(0.50%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과 환율 상승 등 추세적 변화에 따라 빅스텝 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금리인상 규모 등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업계에선 이날 한은이 초유의 빅스텝을 결정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1.75%에서 2.25%로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7월 금리인상 단행은 이미 시장에서 예측돼 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99%가 7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예상했다. 이중 64%가 빅스텝을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5월 금통위 이후 물가 상방 압력과 성장 둔화 우려가 모두 커졌지만, 한은은 다가오는 회의에서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지배적 위험으로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서 빅스텝을 단행할 시 처음으로 연속 3차례 인상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5월 26일 참석 위원 6명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1.50→1.75%) 높였다. 이는 4월(0.25%포인트)에 이은 두 달 연속 인상이다.
한은의 빅스텝 예상에 가장 큰 배경에는 물가가 꼽힌다. 6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앞으로 1년 물가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에 육박했다. 2012년 4월 이후 10년 2개월 만의 수치로, 경기침체 우려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또한 한은이 미국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과 환율 상승 추세 등을 고려해 이에 발맞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더라도 미국이 이달 또 다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 미국 금리(2.25~2.50%)는 한국(2.25%)보다 0.2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진다면 더 높은 수익률을 노리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이날 이창용 총재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을 높여 매파적 발언을 할지 여부도 시선이 모인다.
앞서 한은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단 방침을 밝혀왔다. 이 총재는 앞서 "물가 오름세가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하겠다"면서도 "경기·환율에 가계부채 등 지표를 살펴보고 금융통화위원들과 상의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업계는 통화정책 결정 후 기자회견 등을 통해 8월에도 빅스텝을 단행할지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상을 기점으로 긴축 사이클의 후반부에 접어들 것인지, 아직도 꾸준한 인상이 필요한지 여부와 경기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커졌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한은의 정책 환수 시그널은 4분기 중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자회견의 톤에 따라 8월 인상 가능성을 반영할 수 있다"며 "8월 금통위 전까지 소비자물가, 기대인플레이션, 원·달러 환율에 따라 8월 빅스텝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