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임원진 자사주 매입에도…"소각해야 인정" 투자자 볼멘소리


9만 원대 호가하던 카뱅, 지난 1일 2만8600원까지 추락

7일 카카오뱅크 허재영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와 안현철 최고연구개발책임자, 이지운 위험관리책임자 등은 도합 자사주 1만1400주를 매입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임원진의 자사주 추가 매입에도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저점 매수, 고점 매도 아니냐"며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 자사주 1만1400주 매입…"책임경영 차원"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일 카카오뱅크 허재영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와 안현철 최고연구개발책임자, 이지운 위험관리책임자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허 책임자는 3400주를, 안 책임자는 5000주를 매수했다. 이 책임자는 3000주를 사들여 카카오뱅크 주식 총 3만500주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 5일에도 카카오뱅크 임원진들은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당시에는 김석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유호범 내부감사책임자가 각각 1만주, 3285주를 사들였다.

경영진이 직접 나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최근 카카오뱅크가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사주 취득은 기업이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목적으로 직접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로 여겨진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책임경영 차원에서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원진들의 자사주 매입이 무색하게도 주가는 부진한 형국이다. 지난 1일 이후 바닥을 다지며 상승세를 타는 듯 했으나 8일에는 다시 하락장을 펼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3만1750원) 대비 0.79%(250원) 하락한 3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에는 3만2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급등을 반복하다 현재는 낙폭을 키우고 있다. 현 주가는 지난해 8월 18일 기록했던 최고점(9만4400원)과 견주면 77%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온라인 증권 커뮤니티와 종목 토론방 등에서 카카오뱅크 투자자들은 "떨어지고 난 후 임원진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저점 매수일 뿐이다", "다시 팔 걸 왜 사나", "임원진이 산 주식 전량 소각하면 인정한다. 결국 눈치 보다가 다시 고점에서 팔겠지" 등 비아냥을 쏟아내고 있다. "단기 반등 때 고점에서 꼭 매도해라. 카카오가 주주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해보자"며 카카오가 주주로부터 신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다수다.

8일 오후 1시 30분 기준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3만1750원) 대비 0.79%(250원) 하락한 3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더팩트 DB

◆ 증권가 '매도' 의견까지…"성장 눈높이 낮춰야"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6일 공모가 3만9000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 30조 원을 돌파하며 단숨에 KB금융을 제치고 금융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상장 10일 만에 장중 9만원 대를 돌파하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하락세를 탔다. 앞서 증권가에서 성장성 둔화를 우려하는 보고서가 나온 이후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2만 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1일 카카오뱅크는 2만8600원까지 고꾸라지며 투자자들의 아우성을 자아냈다.

지난달 29일 DB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상장 이후 성장성 둔화 등을 이유로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2만4600원으로 제시했다. 현 주가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투자의견도 '언더퍼폼'이다. 언더퍼폼은 주식 하락률이 시장 평균보다 클 것으로 보는 의견이다. 사실상 투자의견 '매도'로 해석된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 카카오뱅크의 주가에는 이미 플랫폼에 대한 기대가 충분히 반영돼 있다"며 "은행 규제를 받고 있는 이상 은행의 성장 논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데,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후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오를 경우 대손비용 증가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달리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전월세대출을 제외하면 무담보 신용대출 위주여서 대손비용 증가 우려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가계신용대출 비율은 71.0%로, 4대 시중은행의 비율(11.5~15.0%)보다 현저히 높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중저신용자대출 비중을 확대하도록 주문한 대목도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려 카카오뱅크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는 25%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말까지 이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중 중저신용자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비중 유지를 위해 고신용자 대출의 성장속도를 어느 정도 조절할 것"이라며 "차주의 금리 수준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성장 눈높이는 다소 낮춰야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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