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경현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세 번째 IPO(기업공개)에 나서면서 흥행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과거 상장을 철회했던 시기와는 다르게 업황이 우호적인 것은 긍정적인 상황이지만 구주매출 비중 등 공모 방식이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13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향후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 예측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오는 10월 코스피 입성이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의 IPO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지난 2012년과 2019년 상장을 시도했지만 시장 상황과 업황 등을 고려해 일정을 철회한 바 있다.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오일뱅크가 이번에는 흥행에 성공하고 성공적인 증시 입성까지 가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우선 최근 국제 유가상승으로 정유업황이 우호적이라는 점은 흥행에 있어 긍정적인 요소다. 유가는 코로나19 이후 추세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재고평가 이익 증가와 정제마진 개선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이 개선된다.
현대오일뱅크는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등과 함께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초호황을 누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는 2분기 현대오일뱅크 실적이 1분기에 기록한 영업이익 규모(7045억 원)와 비슷한 수준의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1조1424억 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최악의 증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환경은 흥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코스피는 올해 상반기에만 22% 넘게 하락하는 등 지속적으로 약세장을 보이고 있다. 줄어든 증시 유동성과 약화된 투심은 고스란히 IPO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흥행 여부를 판가름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구주매출 비중이다. 올해 IPO 시장 대어로 주목받았던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기업들의 상장 일정 철회도 구주매출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의 공모 방식은 구주매출 없이 100% 신주 발행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초 공모주식의 40%가량을 구주매출로 채울 계획이었으나 시장 상황을 감안해 상장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주매출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는 아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구주매출을 통해 재무부담 완화와 함께 신사업 키우기에 나설 것이란 점 등은 구주매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HD현대'로 지주사명을 바꾸고 에너지 산업 비중을 줄이는 한편 신성장 사업 발굴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는 HD현대(지분 73.85%)다.
구주매출은 기존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내놓는 것으로, 구주매출이 높으면 회사 자체보다 기존 주주에게 이득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통상 공모주 투자자들은 IPO로 조달된 자금이 회사로 유입돼 신규 투자 등에 활용되고, 상장 후 회사 성장의 기폭제로 쓰이기를 기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주매출이 투자자들로부터 부정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어 현대오일뱅크가 합리적인 공모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업계 예상 몸값이 10조 원으로 점쳐지는 초대어다. 올 들어 IPO에 나선 기업 중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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