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주가 하락을 겪고 있는 김진태 한샘 대표이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최저임금을 받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다만 투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회사 전문경영인의 최저임금 수령 선언이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김진태 한샘 대표는 지난 27일 "회사의 월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10% 이상 증가하거나 주가가 10만5000원에 도달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샘 관계자는 "김진태 대표가 이같은 입장을 사내에 공표했고, 실제로 지난달부터 최저임금을 적용한 월급 191만 원(세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샘은 올해 1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로 최대주주가 바뀐 뒤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전방산업인 아파트 건설 경기가 침체된 데다 원부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한샘은 전년보다 26.9% 줄어든 68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2% 감소한 1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매출까지 5260억원으로 4.9% 줄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원부자재 가격이 뛰면서 지난달 영업이익은 월 기준 적자로 전환한 상황이다.
당연지사 주가도 고전하고 있다. 29일 오후 2시 44분 기준 한샘은 전 거래일과 동일한 6만5400원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8월 13일 34만7000원을 호가했던 것과 견주면 무려 82%가 쪼그라든 셈이다. 김진태 대표가 공언한 10만 원대도 작년 12월 21일 이래로는 도달하지 못 하는 형국이다.
투자자들은 대표이사가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해서 주가가 상승하겠느냐며 조소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어디서 보고 따라하는 건 있다. 저가 자사주 매입이나 최저임금 등으로 생색만 내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소각 등에 나서야 한다", "월급 그 거 몇 푼이나 된다고. 자사주 소각하고 분기배당보다는 무상증자에 나서는 편이 낫다"는 등의 토로다.
한샘은 앞서 작년 11월 23일 주가안정을 이유로 삼성증권과 자사주 위탁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올해 1월 17일까지 2개월여 간 자사주를 매입해 온 바 있다. 한샘은 거의 매일 1만 주씩 자사주를 사들였지만, 자사주 매입이 끝난 지난 1월 17일 주가는 오히려 2.5% 떨어졌다.
김진태 대표 역시 올해 1월 24일 자사주 1254주를 7만9298원에 취득했다. 약 9943만 원 규모다. 주식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을 다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간다는 의미였으나 주가는 이때보다도 18%가량 고꾸라졌다.
김 대표의 공언이 투자자들의 비웃음을 야기하는 데는 최근 이뤄진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이나 급여 반납 등이 당최 힘을 못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의 경우에도 지난 21일 경영진 4명이 18억 원 규모의 자사주 총 2만3052주를 매입했다고 밝혔으나 도리어 투자자들로부터 '고점 매도, 저점 매수'라는 빈축을 샀다.
일부 투자자들은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더욱이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새판 짜기에 나서면서 한샘 임원진의 잇단 퇴진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491명이었던 정규직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2199명으로 292명(약 11%) 감소했다.
주가 부진과 관련 한샘 관계자는 "최근 주택매매거래량 감소와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업계 전반에 걸쳐 실적이 둔화하고,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악화로 코스피 전체 시황을 비롯해 당사의 주가도 하락했다"며 "당사는 '리빙 테크기업'을 목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공 프로세스 혁신, 고객경험 혁신, 주주환원 강화 등 중기 경영전략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관계자는 "특히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분기 배당과 배당 성향 상향, 자기주식 취득 등 적극적인 주주가치제고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이번 CEO의 최저임금 수령(주가 10만5000원선 도달까지)을 통해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투자자와 시장에 표명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