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민주 기자] 포스코건설이 새로운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한다.
'더샵'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가진 포스코건설이 돌연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에 나서는 배경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올해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건설은 24일 <더팩트>에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현재 하이엔드 브랜드를 어떤 방식으로 언제 론칭할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주거의 새로운 개념을 제공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뻔한 하이엔드에서 벗어나 고객들에 더 획기적인 주거 브랜드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가칭으로 '하이스트'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4월 노량진3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하면서 단지명으로 '하이스트'를 제안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포스코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을 염두에 두고 '하이스트'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더샵' 단일 브랜드를 고수하던 포스코건설이 갑자기 하이엔드 론칭에 나선 배경으로는 '경쟁력 있는 새 브랜드가 절실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4위인 포스코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경쟁사들이 같은 기간 최대 5조 원이 넘는 수주고를 올린 반면 포스코건설의 수주액은 1조 원대에 그쳤다.
업계 2위 현대건설의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이날 기준 5조6998억 원이다. 3위인 GS건설은 같은 기간 2조5663억 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롯데건설(7위)은 최근 이문4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을 수주하며 누적 수주액 2조7000억 원을 돌파했다. 서울권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2조96억 원으로 업계 1위다.
포스코건설의 올해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1조5558억 원으로 주요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 서울 요지에서 재건축사업 수주를 앞둔 만큼 빠른 시일내 '하이엔드 브랜드'를 출시해 경쟁 우위를 점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방배동 신동아 아파트, 문래 남성아파트 등에 입찰을 준비 중이다.
경쟁사는 이미 일찌감치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해 경쟁력 확보와 입지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수요자들의 아파트 고급화 요구가 높아지면서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은 어느덧 필수적이 됐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강남, 한강변 등 프리미엄 입지에 일반 아파트 브랜드와 차별화된 고급 아파트를 짓겠다는 취지로 개발됐다. DL이앤씨가 가장 먼저 '아크로(ACRO)'를 선보였으며, 대표 적용 단지는 지난 2020년 준공한 성수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를 고급화한 '디에이치(THE H)'를 내놨다. 현대건설은 한남, 방배, 반포주공 등 서울 핵심 입지에 디에이치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주거브랜드 '푸르지오'와 최고를 의미하는 '써밋(SUMMIT)'을 결합한 상위 브랜드를 론칭했다. 지난 2017년 용산 푸르지오 써밋에 첫 적용 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2019년 르엘(LE-EL)을 내놓았으며, 르엘 대치, 르엘 신반포 등 단지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두산건설 위브더제니스, 두산중공업의 트리마제가 있다.
업계에서는 뒤늦게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에 나선 포스코건설의 행보와 관련해 '이름만 하이엔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 고급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이에 따라 건설사들도 저마다 지역이나 아파트 특성에 맞는 브랜드 이원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포스코건설이 올해 서울 수주 비중을 높이겠다고 한 만큼 단일 브랜드만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도 그럴 것이 포스코건설은 최근 2년 내 서울 안에서 300가구 이상의 재건축을 따내지 못했다. 더샵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증거"라며 "다만 타사는 이미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해 수년간 운영해왔기 때문에 급조한 브랜드를 내놓았다가는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 역시 "하반기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은 어렵지 않겠나 싶다"며 "모두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놓고 경쟁한다고 가정했을 때 조합이 이제 막 론칭한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임시방편이 아닌 차별화된 브랜드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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