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민주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분양가 상한제'를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분양가 4% 인상으로는 이미 깊어져 버린 양측의 갈등 골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지난 21일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에 포함되는 '가산비 항목'에 세입자 주거이전비, 영업 손실보상비, 명도 소송비, 기존 거주자 이주를 위한 금융비(이자), 총회 운영비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땅값)와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로 이뤄진다.
주거 이전비와 영업손실 보상비는 토지보상법상 법정 금액을 반영하고, 명도소송비는 소송 집행에 소요한 실제 비용을 추가 반영한다. 조합원 이주비용 조달을 위한 이주비 대출이자도 대출 계약상 비용을 반영한다.
다만 분양가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해 이주 대출이자는 반영 상한을 두고, 조합 총회개최비·대의원회의 개최비·주민대표회의 개최비 등 총회 필수소요 경비는 총사업비의 0.3%를 정액으로 반영토록 했다.
기본형 건축비와 관련해서는 원자잿값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비정기 조정 제도'도 손질했으며, 분양가 심사절차도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손을 본다.
정부가 서울 지역에 공급가뭄을 초래한 분양가 상한제에 칼을 대면서, 사업 파행을 맞은 둔촌주공 공사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분양가를 '택지비+건축비'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고분양가 논란과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이 커지자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서울 지역의 분양 가뭄을 초래하면서 수정 필요성이 대두됐다.
분양으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 도시정비사업 조합이 낮은 분양가에 반발해 분양을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공사중단 사태가 벌어진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도 분양가가 발목을 잡은 대표 사례다. 업계는 분양가가 통제된 상황에서 수익성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커진 조합이 분양 시기를 늦추면서 사업이 지연됐다고 보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는 지난 4월 15일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중단됐다. 양측은 지난 2016년 총회에서 2조6000억 원의 공사비를 의결하고, 지난 2020년 6월 약 5600억 원 증액한 3조2000억 원대로 계약을 변경했다.
현 조합은 증액 계약 체결 직후 조합장이 해임됐다는 점을 근거로 증액 계약서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시공사업단은 증액 계약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당초 조합장이 해임된 이유도 분양가 때문이었다. 이전 조합장은 당시(2020년) 조합에 3.3㎡당 3000만 원대 분양가를 받아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분양가를 2900만 원대로 책정했다.
낮은 분양가로 인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한 조합원들은 결국 조합장을 해임했으며, 이전 조합장과 체결한 공사비 증액이 무효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개편에 따라 사태 파행의 원인이었던 공사비·분양가 문제가 해소될 경우,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번 제도개선 사항은 개정 규칙 시행 전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모든 사업장에 대해 적용하기 때문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가 올라서 공사 중단으로 인한 피해액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조합이 시공사업단에 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은 다 돈이 문제였던 부분이라 이번 분양가 상한제 개편이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개편안에 따른 분양가 상승 폭이 제한적이고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 양상이 지난 2020년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점을 근거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에 의뢰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이번 개선안에 따라 분양가(재개발)는 1.5~4% 상승할 전망이다. 업계는 개선안 적용 시 둔촌주공 분양가가 37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둔촌주공 정상위가 최근 외부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받은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공사 중단이 6개월간 지속할 경우 발생하는 추정 손실액은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조합원 1인당 2억7000여만 원의 손실을 떠안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둔촌주공 대주단이 7000억 원 규모의 재건축 사업비 대출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조합원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돈(분양가)이 문제가 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가 얽혀있다"며 "지금까지 난 손해가 막심한 상황인데 4%대 인상으로 조합이 움직일지 모르겠다. 시공사업단도 요구사항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요인(분상제 개선안) 하나 때문에 다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조합 내홍'도 걸림돌이다. 조합 반대파인 '둔촌주공 정상화위원회(정상위)'는 최근 강동경찰서에 김현철 둔촌주공 조합장과 집행부 10여 명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정상위는 조합 집행부 교체·해임도 추진하고 있다. 정상위는 "서울시 중재 등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 간의 협의사항을 지켜보며 존중했으나 현 조합 집행부로는 공사재개를 위한 협의, 협상 등이 불가능하다 판단했다"며 "더 이상 현 조합 집행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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