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식품업계가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NO 빨대·종이 빨대' 등으로 친환경 경영에 힘쓰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빨대를 없애거나 종이 빨대를 적용했을 때 소비자들의 불편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친환경적인 소비는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편의성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계 중에서도 유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플라스틱 빨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롯데푸드 파스퇴르는 'NO빨대 바른목장 팩우유'를 지난달 31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12월 유치원 어린이들이 급식우유 제조사인 롯데푸드에 빨대 없는 우유를 만들어달라는 편지와 미사용 빨대 1200여 개를 보낸 뒤 만들어졌다.
매일유업은 2020년 제품에 부착된 빨대를 없애달라는 편지를 받았다. 이후 매일유업은 소비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액상발효유 '엔요100' 제품의 빨대를 제거했다. 또 같은 해 출시한 '어메이징 오트'에는 종이 빨대를 부착했다. 지난해 6월에는 종이 빨대를 부착한 '매일우유 빨대 뺐소'를 출시했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10월부터 스타벅스 컵 커피에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남양유업도 지난해 빨대 없는 맛있는우유GT 제품을 출시했으며, 맛있는두유GT에 종이 빨대를 적용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일부 음료 제품을 종이 빨대로 대체하고 있으며, 빙그레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빨대 없이 음용이 가능한 캡을 컵 제품 등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식품업체들은 일부 제품에 빨대를 없애거나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편이 우려돼 전체 제품에 적용하기에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빨대가 없는 제품은 현재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부터 판매를 시작하고 반응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우유 제품에도 조금씩 종이 빨대를 적용하려고 한다"며 "환경을 위해 좋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멸균우유 같은 경우에는 외부에 나가서 마실 때 가져갔는데 빨대가 없으면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어서 계속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어린이와 노약자는 팩 음료를 마실 때 빨대가 필요하다며 빨대 부착금지를 반대하고 있다. 종이 빨대를 사용했을 때 '흐물거리거나 냄새가 심하게 난다', '음료 맛을 바꾼다' 등의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도 있다. 옥수수 빨대나 사탕수수 빨대 등 대체 빨대를 이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며, 종이 빨대의 일부 제품은 일반쓰레기로 배출돼 소각되는 것으로 알려져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식품업체들은 종이 빨대로 대체할 시 수급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종이 빨대를 생산하는 업체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장 종이 빨대로 바꾸게 되면 비용 면과 원활하게 수급되지 않는 부분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종이 빨대 도입 비율을 높이고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기존 플라스틱 빨대 보다 2~3배 이상 높은 가격에 종이 빨대를 들여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에는 환경부에서 음료 제품에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부착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해당 내용은 법제화되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플라스틱 빨대 제거 시 대체할 만한 방안을 찾지 못해 최종 개정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ESG 실천을 통한 친환경적인 소비는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편의성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도 친환경적인 소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편의성이 조금 줄어들어도 인내한다"고 말했다. 다만 "편의성이 과도하게 제한되거나 환경을 빌미로 소비자에게 당연히 제공돼야 할 것들이 줄어든다면 소비자들이 힘들어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의 편의성과 더불어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업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