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가 불법 투자 의혹에 휩싸였다. 배우자 명의로 지인의 회사에 차명 투자했다는 게 골자다. 존 리 대표가 의혹을 극구 부인하는 가운데 동학개미들은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메리츠자산운용을 상대로 수시검사를 진행했다. 현재는 현장조사 내용을 토대로 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금감원은 존 리 대표의 지인이 운용하고 배우자가 주주로 있는 회사의 상품에 자사 펀드를 통해 투자한 점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사익 추구에 해당하는지 살피고 있다.
존 리 대표의 아내는 존 리 대표의 고교동창이 지난 2016년 설립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P사에 지분 6.57%를 투자했다. 이어 2018년 메리츠자산운용은 P사가 출시한 상품에 투자하는 '메리츠마켓플레이스랜딩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펀드를 출시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이 펀드의 설정액(60억 원)을 모두 P사가 운용하는 부동산 P2P 상품에 투자했다. 4개 사모펀드 가운데 3개는 현재 각 10%대 수익률(△1호 14.3% △2호 13% △3호 12.9%)로 청산됐다. 남은 4호 펀드는 누적수익률 47.7%(연간 10.85%)를 기록 중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84조는 펀드 상품을 운용하는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사 등)는 이해관계인과 거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해관계인은 △펀드운용사 임직원과 그 배우자 △펀드운용사 대주주와 그 배우자 △펀드운용사의 계열사 및 계열사 임직원과 배우자 등이다.
불법 투자 논란과 관련해 존 리 대표는 "배우자가 일부 지분을 소유한 회사가 법상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존 리 대표는 아무도 손실을 보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사모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시현하는 등 투자자에 대한 피해는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
메리츠자산운용과 배우자가 얻은 이익이 미미한 점도 짚었다. 존 리 대표는 "상기 4개 사모펀드 규모는 메리츠자산운용 전체 운용 펀드(약 3조 원)의 0.2%이고, 계좌수는 전체 30만 개의 0.05% 수준"이라면서 "배우자가 얻은 이익도 지난 5년간 약 1000만 원, 연간 약 200만 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존 리 대표는 금융당국에 조사에서 충분한 소명을 했으며, 관련자료도 제출한 상태로 알려졌다. 그는 "공정한 판단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금감원 검사결과에 대해 겸허히 수용해 고객의 신뢰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현재 금감원 측은 "검사 중인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혐의가 없을지라도 불법 투자 의혹에 따른 존 리 대표를 향한 여론의 질타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다수의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 등에는 "온갖 방송에서 주식하라고 선동하더니, 결국은 사기꾼의 개미 털기였냐"는 등의 비판이 줄을 잇는다. 존 리 대표 역시 "도덕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은 달게 받겠다"고 밝힌 상태다.
물론 한편에서는 "조사가 끝나봐야 아는 거 아닌가. 벌써부터 사기꾼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잘못 됐다", "부정적인 프레임부터 씌우고 보는 언론도 문제 가있다"며 그를 옹호하는 견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