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가 3년 만에 상반기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금융 시장이 요동치는 등 각종 악재가 한꺼번에 밀려들며 위기감이 고조되자 비상 계획을 점검하는 것으로, 주요 화두는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사장단이 강조한 '기술 초격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1일부터 주요 경영진과 임원,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 일정에 돌입한다. 상반기 경영전략회의가 재개되는 건 3년 만으로, 이는 최근 악화하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일정은 IT·모바일, 소비자가전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이 21~23일,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이 27~29일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이 회의를 이끌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는다.
DX 부문은 원자재·물류비 상승 대응과 모바일·가전 사업 간 시너지 창출 등을, DS 부문은 해외 공장 건설 상황과 주요 제품에 대한 시장 동향 등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표한 450조 원 규모 투자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M&A 추진 현황 등도 논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위기 대응과 함께 '기술 초격차'가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앞서 11박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귀국한 이재용 부회장이 '기술'을 키워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8일 "시장에 여러 가지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기술'의 중요성을 세 차례나 언급한 건 현장에서 글로벌 환경의 불확실성을 눈으로 확인한 뒤, '초격차 기술 강화'만이 경영 악재를 뚫고 글로벌 우위를 확보하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전날(20일) 이뤄진 삼성 사장단회의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경영전략회의의 화두가 '기술 초격차'일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를 더한다.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을 비롯해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 관계사 경영진 25명은 전날 긴급 소집돼 △글로벌 시장 현황·전망 △사업 부문별 리스크 요인 점검 △전략 사업·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고,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한 '차세대 기술'과 관련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한종희 부회장·경계현 사장은 "기술로 한계를 돌파해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수 인재 확보' 방안도 중점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초일류 도약을 위한 핵심 중 하나로 '우수 인재'를 꼽고 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좋은 사람을 모셔 오고, 또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한종희 부회장·경계현 사장도 "우수 인재 확보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략회의는 글로벌 경영 현황을 점검하는 자리"라며 "올해는 이재용 부회장의 메시지가 사장단회의를 통해 강화되고, 전략회의를 거쳐 세부 보완되는 과정이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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