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민주 기자]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제액을 14억 원으로 상향하고 보유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기로 했다. 집값 급등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두고 1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은 실질적인 경감 효과가 얼마일지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 '마래푸' 종부세…1주택자 부담 급감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부동산 세제 개편 등을 통해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부동산 세재 개편안으로 1주택자들은 종부세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업계에서는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지난 2020년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2022년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1세대 1주택자의 평균적 세 부담을 가격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환원시키기 위해 기존에 발표한 경감 방안을 보완했다.
재산세는 1세대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하향 조정한다. 종부시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100%에서 60%로 낮추되, 올해 한시로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특별공제 3억 원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경우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과세 기준금액이 11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확대되는 효과가 생긴다.
정부 방침에 따른 종부세 변동 시뮬레이션 결과, 12억3900만 원 주택을 가진 사람은 현행 30만 원 수준인 종부세를 올해는 내지 않아도 된다. 14억8700만 원 주택은 94만 원에서 13만2000원, 18억5900만 원 주택은 257만2000원에서 69만4000원으로 부담이 준다.
일명 '마래푸'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전용면적 84.39㎡를 보유한 사람의 올해 과세기준금액이 14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마래푸 공시가격은 12억6700만 원이다. 재산세도 현행 439만104원 수준에서 277만8930원으로 36.7% 감소한다.
관악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4.74㎡(공시가격은 5억5000만 원 기준)의 종부세는 0원, 재산세는 72만4500원으로 현행(89만1818원) 대비 18.76% 감소한다. 잠실엘스 전용면적 84.8㎡(공시가격 17억900만 원) 재산세는 560만1480만 원에서 개편 후 401만2110원으로 28.37% 줄어든다. 같은 기간 종부세는 204만9408만 원에서 56만649원으로 72% 감소한다.
◆ 마래푸+은마 종부세 51% 감소…다주택자도 부담↓
다주택자들도 덩달아 종부세 축소 혜택을 누리게 됐다.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이 현행(6억 원)으로 유지됐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로 하향됐기 때문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을 보유했다면 공시가 12억3900만 원인 경우 976만4000원에서 511만4000원으로 줄어든다.
2주택 합산 공시가가 14억8700만 원인 경우 현행 1565만 원에서 757만4000원으로, 18억5900만 원이면 2543만9000원에서 1236만5000원, 24억7900만 원은 5048만2000원에서 2114만1000원으로 부담이 준다. 29억6900만 원은 7026만 원에서 3178만8000원, 35억6300만 원은 9422만7000원에서 4616만8000원으로 줄어든다.
기획재정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 공시가 24억7900만 원인 2주택을 보유한 사람의 종부세 부담은 현행 5048만2000원에서 2114만1000원으로 급감하게 된다. 이는 지난 2020년 종부세(983만5000원)보다 많고 지난해 2828만4000원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사례로 보면 '마래푸'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보유한 경우(공시가 35억6300만 원 기준) 종부세 부담이 현행 9422만7000원에서 4616만8000원으로 51% 감소한다.
◆ '부자감세' 비판도…세재 개편에도 "시장 활성화 글쎄"
일각에서는 이번 부동산 세재 개편안을 두고 '부자감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포함된 세금 인하 정책이 대기업이나 다주택자, 주식 부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징벌적 과세를 정상화한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전 정부에서) 징벌 과세를 과도하게 했기 때문에 이를 정상화해서 아무래도 경제가 숨통이 틔워지게 되면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며 "정부 정책의 타기팅(목표)은 중산층과 서민이다. 시장 메커니즘이 역동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게 더 중산층과 서민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파격적 수준의 세재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거래 절벽' 상태인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 역시 줄어든 만큼 처분을 위한 매물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유세 부담이 경감되면서 빠르게 매각하기보다는 양도세 중과 유예 시점 동안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매각하려고 할 것"이라며 "금리인상 등을 고려할 때 주택 거래 관망이 지속될 것이다. 매물 적체 현상과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거래, 가격 약보합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보유세 완화 조치로 다주택자들의 매각 의지가 희석되면서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며 "거래절벽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한데, 양도세 중과 유예와 동시에 보유세 완화를 추진하는 정책 시그널을 시장에서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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