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Biz] 살아난 극장가, '적자 경영' 배급사도 기지개


롯데·CJ·NEW·쇼박스 등 하반기 기대작 개봉 예고

국내 주요 영화배급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년 간 침체기를 겪던 국내 영화산업의 회복세에 따라 하반기 기대작들을 대거 개봉 예고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한림 기자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극장가가 5월을 기점으로 완전히 살아난 모습이다. 최근 문전성시를 이루는 극장 관객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체감온도는 물론, 각 종 결산 자료를 통해 나오는 5월 극장 관객 수나 매출액, 상영관 결제액 등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5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5월 영화산업 매출액은 1508억 원, 관객 수는 1455만 명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월 대비 4배, 3.5배 늘어난 수치다. 또 다른 앱분석업체 와이즈앱 역시 14일 배포한 뉴스레터를 통해 5월 영화관 앱 활성 사용자 수가 3월 대비 86.2% 증가했으며, 국내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 결제된 금액이 2020년 2월 이후 최고치인 147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적자 경영을 이어오던 국내 영화 배급사들도 하반기 개봉 라인업을 속속들이 공개하면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들 배급사는 매년 말 '내년 영화 개봉 라인업'을 공개해 왔으나, 2년 간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내년 영화 라인업 공개를 하지 않았다.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1년 전과 대조적인 모습으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17일 영화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배급사(롯데엔터테인먼트 CJ ENM NEW 쇼박스)들은 하반기 개봉 영화 라인업을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와 극장 내 취식 허용, 천 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의 흥행 등에 힘입어 활기를 찾은 극장가에 신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이다.

배급사들의 하반기 라인업을 보면 상당한 기대를 모았던 외화는 물론,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돼 최소 200만 명 이상의 관객 손익분기점을 노리는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포함돼 있는 게 특징이다.

먼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탑건'(1987)의 35년 만의 후속작 '탑건: 매버릭'(22일 개봉)을 시작으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2편 '한산: 용의 출현',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밀실 살인사건의 진실을 쫓는 영화 '자백' 등을 하반기에 선보인다.

특히 '탑건: 매버릭'의 경우 5월 북미에서 개봉해 제작비 회수는 물론, 톰 크루즈 영화 역사 상 최고 수익을 기록하는 등 기대를 모은다. 최근 열린 국내 언론시사회에서도 영화가 끝난 후 이례적으로 박수가 이어지면서 기대감을 더한다.

CJ ENM은 제 75회 칸 국제영화제의 후광을 업고 하반기 기대작을 방출한다.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 주연 영화 '브로커'는 8일 개봉해 91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모으며 '범죄도시2'부터 시작된 한국영화 흥행을 뒷받침 하고 있다. 또 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오는 29일 개봉해 기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7월 20일 개봉하는 한국형 SF영화 '외계+인 1부'도 기대를 모은다. '외계+인 1부'는 1000만 관객 동원한 영화 '도둑들' '암살' 등을 통해 명실상부 국내 흥행감독으로 자리한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으로. 고려시대 말 도사들과 현대시대의 인간의 몸속에 갇힌 외계인의 대결이라는 신선한 플룻으로 흥미를 모으고 있다.

배급사 쇼박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하반기 개봉 라인업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도수 쇼박스 대표와 구본웅 MCG 의장(왼쪽부터)이 15일 서울 용산드래곤시티에서 FUN FOR TOMORROW 슬로건으로 열린 쇼박스 미디어데이에서 포토타임을 갖는 모습. /쇼박스 제공

올초 영화 '특송' 개봉 한 편에 그쳤던 배급사 NEW도 '마녀'(2018)의 속편 '마녀2' 개봉을 시작으로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감독들과 내공 있는 국내 제작사들과 협업으로 하반기 극장가 흥행을 책임질 전망이다.

16일 개봉한 박훈정 감독의 '마녀2'는 개봉 첫 날 2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범죄도시2'를 누르고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1408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새로운 마녀'로 발탁된 신인 배우 신시아를 조민수 진구 서은수 박은빈 성유빈 이종석 그리고 김다미 등이 안정감 있는 연기로 부담을 덜어주면서 완성도 높은 CG액션 영화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해 팬데믹 기간에도 외화를 합쳐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 차기작 '밀수', 강동원 주연 액션영화 '엑시던트', 김다미 주연 '소울메이트' 등이 하반기 개봉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15일 창사 이래 첫 사업설명회를 열고 하반기 라인업을 공개한 쇼박스의 의지도 상당하다. 지난 4월 LS그룹의 적장자에서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로 변신한 구본웅 의장이 이끄는 MCG로부터 14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쇼박스는 하반기 '비상선언'(8월 개봉)을 필두로, 크랭크인 당시부터 영화팬들의 큰 관심을 받아왔던 기대작들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박소진 박해준 등 국내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항공 재난블록버스터 영화 '비상선언'은 913만 명을 동원한 히트작 '관상'(2013)을 통해 쇼박스와 호홉했던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자 지난해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보이스피싱 총책을 쫓는 시민의 이야기를 그린 라미란 주연작 '시민 덕희', '범죄도시2'로 극장가를 점령한 마동석의 차기작 '압구정 리포트' 등이 쇼박스 이름을 달고 하반기 극장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한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2년 간 이어진 거리두기로 100편이 넘는 한국영화들이 개봉을 하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 있었다. 거액을 들여 영화를 만들어놨는데 개봉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할 것 같으면 개봉할 의미가 없지 않나"면서도 "대중들이 최근 '범죄도시2' 흥행과 한국 영화인들의 칸 영화제 활약 등에 따라 다시 한국의 영화산업에 관심을 보내주고 계신다. 적자 경영을 이어 온 국내 배급사들도 올해 하반기를 반등하기 가장 좋은 시기로 보고 기대작을 꺼내고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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