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미국이 약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국내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당장 다음 달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날 경우 투자자금 유출에 따른 증시 하락, 원화 가치 하락 등으로 물가 상승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4~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0.75~1.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에 나선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이후 27년 7개월 만이다. 그만큼 물가상승률 압박이 크다는 의미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8.6%로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다음 달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성명서 발표 이후 "금리인상 폭(0.75%포인트)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에 다음 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0.50% 또는 0.75%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수준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에 따르면 미국 정책금리 수준은 올해 말 3.4%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번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국과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포인트에서 0~0.2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다음 달 미국이 추가로 빅스텝에 나선다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0.25~0.5%포인트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기축통화(구제 결제·금융거래 기본 화폐) 대비 원화 기준금리 수준이 낮아지면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 큰 문제는 원화 가치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7월과 9월 예정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야 역전 현상을 저지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통위가 연말까지 남은 네 차례(7·8·10·11월)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국은행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월, 10월,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고공행진하는 물가도 금리인상 요인이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 대비 5.4% 뛰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8월 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특히,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이보다 높은 6.7%를 기록해 인플레이션 확산에 대한 공포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시장 상황을 보고 빅스텝 단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빅스텝 단행 여부는)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까지는 3~4주 남아 있어 그사이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금리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외환, 채권 시장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6월과 9월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