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지난달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40년 만에 최대 폭으로 급등하고 이에 따라 중앙은행의 긴축행보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뉴욕증시 주요지수가 급락마감했다. 금리인상에 미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크게 떨어졌다.
10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73%(880포인트) 떨어진 3만1392.79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2.91%(116.96포인트) 내린 3900.86에, 나스닥 지수는 3.52%(414.20포인트) 떨어진 1만1340.02로 각각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 다우 지수는 4.58%, S&P500 지수 5.05%, 나스닥 지수는 5.6% 각각 떨어졌다.다우 지수는 최근 11주 중 10번째, S&P 500과 나스닥은 최근 10주 중 9번째 주간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이후 최악의 주간 실적이다.
이날 개장 직전에 나온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주식 투자 심리를 급랭시켰다. 물가 급등으로 소비 지출이 줄고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염려가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의 5월 CPI상승률은 전달에 비해 1%, 전년 동월에 비해 8.6% 각각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 5월 CPI 상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기록한 3월의 역대 최고치 8.5%를 뛰어넘었다. 5월 CPI는 전문가 예상치 8.3%를 크게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음료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에 비해 6%, 전달에 비해 0.6% 각각 상승했다.
이에 따라 Fed가 금리를 더 가파르게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못했다. Fed는 지난 5월 금리를 0.50%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이달과 7월에도 '빅스텝'을 이어가고 9월에는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번 CPI 수치로 9월 이후에도 빅스텝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심지어 다음주 열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이 소비지출을 감소시키면서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하듯 이날 발표된 6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50.2로 시장 예상치(58.5)와 전달(58.4)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나빠진 투자심리 탓에 금리인상에 민감한 기술주와 경기에 민감한 소비주와 여행주 등 경기민감주가 많이 내렸다.
업종별로는 S&P 500지수 구성 11개 업종 전부가 내렸다. 임의소비재(-4.16%), 기술(-3.89%), 금융(-3.65%), 소재(-3.05%), 산업(-2.96%), 통신(-2.85%)이 크게 내렸다.
종목별로는 기술주와 은행주, 소비주 등이 일제히 내렸다. 빅테크 개장주인 애플이 3.86% 떨어진 것을 비롯해 메타플랫폼이 4.58%, 마이크로소프트 4.46%, 구글모기업 알파벳 3.2% 각각 하락했다.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5.6%, 엔비디아는 5.95% 각각 급락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3.12% 내린 696.69달러로 마감하면서 주당 7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경쟁 전기차 업체 루시드그룹은 4.56% 추락했다. 골드만삭스가 매도를 권한 넷플릭스는 5% 가량 급락했다.
다우지수 종목 가운데서는 보잉이 5.03% 급락했고 캐터필러(-3.8%), JP모건체이스(-4.6%) 등 29개가 내렸고 월마트만 0.56% 상승했다.
로리 칼바시나 RBC캐피털마켓 미국주식전략 부문 대표는 CNBC방송에 "이날 수치는 이번 주 내내 투자자들이 이야기한 공포 중 일부를 확인시켜준 결과"라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가 이번주 증시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칼바시나 책임자는 "그 것이 주가가 이전의 바닥 수준에 머물도록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더 내려가게 할 것인지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그룹의 피터 북바(Peter Boockvar)의 최고투자책임자는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CPI가 소비자심리에 미친 영향을 강화한다"면서 "소비지출에 부정의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jacklondo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