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가파른 물가 상승세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강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0일(현지 시각) 미국의 5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6%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는 40년 6개월 만에 최고치이며, 지난달(8.3%)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시장 전망치(8.3%)도 넘어섰다.
5월 CPI는 휘발유 가격이 48.7% 치솟으면서 상승을 견인했다.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34.6% 상승하며 2005년 이후 최고 기록을 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 가격이 오른 여파로 식품 물가도 10.1% 오르며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대비 6.0% 오르며 전문가 전망치(5.9% 상승)를 웃돌았다. 4월(6.2%)보다는 상승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2%)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5월 항공요금은 전년 동기대비 12.6% 상승했고, 호텔 숙박료는 22.2% 올랐다. 그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중고차 가격은 5월 중 1.8% 상승했고, 신차 가격도 1%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의 지속 가능성이 재확인되면서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미 연준은 3월 초 4년 만에 0%~0.25%였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어 5월 초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는 0.75~1.00%로 올라갔다.
2000년 이후 22년 만에 빅스텝을 밟았으나 물가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오는 6월과 7월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5월 CPI 발표로 일각에서 제기된 '9월 금리 인상 중단론'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베로니카 클라크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월간 CPI가 지속적으로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어 연준이 인플레이션 지표가 둔화됐다는 확실한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0.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상을 이어갈 거라는 보다 명확한 가이던스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마켓워치도 "5월의 급격한 물가 상승과 6월의 지속적인 인플레는 연준에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라는 압력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며 "가을에 금리인상이 일시적으로 멈출 것이라는 추측은 억지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한 "소비자들은 앞으로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하지만 수입은 그것을 따라갈 만큼 충분히 빠르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더 오래 지속될수록 미국 가계에 더 많은 부담을 주고 경제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