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75% 시대. 금리의 역습이 시작됐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0.50%였다. 불과 9개월 만에 1.25%포인트 급상승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14년 9개월 만에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렸다. 한번 불붙은 금리인상 기조는 좀처럼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물가상승률 5%대가 현실화했고 미국도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금융권은 고금리 시대에 발맞추고 있다. 수신금리를 올리고 초장기대출 상품도 내놨지만 대출이자 부담은 국내 경제 뇌관이 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를 목전에 뒀다. 금리는 언제까지 고공행진할까. 고금리 시대 돈은 어떻게 빌려야 할까. 더팩트가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대출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이 지난 5월에 이어 이달에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조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가 또 올랐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기준인 금융채 5년 만기 금리가 올라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금융채 5년 만기 금리는 시중은행이 고정형 주담대의 고정금리를 산정할 때 사용하는 지표금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초 연 2.2%대였던 5년 만기 금리는 지난 2일엔 연 3.646%까지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면서 국내 채권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세는 계속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주담대 금리의 경우 최고 연 8%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6일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25~2.5%로 올라간다고 보는 시장 예측치가 합리적인 기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통상 기준금리 상승 폭보다 대출 금리를 더 올리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 주택대출 금리 상단이 8%를 넘을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미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상단은 6%를 넘어섰다.
KB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8일 기준 연 4.28~5.78%다.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 금리는 4.28%~5.78%며, 하나은행의 '하나변동금리모기지론' 금리는 4.937%~6.237%다. 우리은행의 '우리아파트론'의 금리는 4.45%~6.75%다.
◆연말 기준금리 2.50%까지 오르면 1년 5개월 사이 1인당 이자 128만8000원 증가
이렇듯 대출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총 1752조7000억 원에 달한다. 같은 달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의 77%가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다.
이같은 구조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0.25%포인트가 인상되면 늘어나는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액은 3조4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2.50%로 인상되면서 대출금리가 같은 폭만큼 오르게 될 경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10조2000억 원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3조2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자 한 명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6000원에서 305만8000원으로 커진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1년 5개월 사이 기준금리 2.00%포인트(0.50→2.50%)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128만8000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변동금리를 선택한 대출자의 경우 6개월마다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달라진 금리 적용을 받아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잡기 위해 금리 상승 당분간 계속될 것…일각선 한은이 '빅스텝'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5월에 이어 이번 달에도 '빅스텝'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퓨처 오브 에브리싱' 행사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도 지난 2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금리인상을) 쉬어야 한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6월만 아니라 7월과 9월에도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도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금리를 계속해서 올릴 수밖에 없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3.6% △2월 3.7% △3월 4.1% △4월 4.8% △5월 5.4% 등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한은이 고공행진 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은이 오는 7월 기준금리를 발표할 때 미국과 주요국 중앙은행처럼 빅스텝을 통해 물가 안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까지의 한은 금리 인상은 추가적인 물가 상승세를 제어하는 정도에 그치고 정도였다"며 "이마저도 안 올렸으면 물가는 더 올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성 교수는 "현재까지는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금리 인상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미국에서 빅스텝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하느냐에 따라 한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폭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추석 명절이 포함된 9월까지 5%대 물가 상승이 지속될 수 있다"며 "한은은 7월과 8월 연속 인상을 통해 기대 물가 안정과 현실 경제에서의 물가 안정에 기여코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금리의 역습②] 은행·보험사 줄줄이 40년 주담대···이자 부담은 눈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