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민주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서울시의 중재 노력에도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합은 서울시가 내놓은 중재안을 일부 받아들이겠다며 한발 물러난 반면 시공사업단은 모든 사항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공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맞서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관련 중재안을 마련해 조합과 시공사업단에 전달했다. 시공사업단은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다.
중재안에는 최초 갈등을 촉발한 '2020년 6월 25일 변경계약'의 유·무효를 더 이상 논하지 않고 책정된 공사비 3조2000억 원에 대해 기존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재검증을 신청, 그 결과를 반영해 계약을 변경하자는 내용을 담겼다.
아울러 시공사업단에는 조합과 마감재 고급화 요구, 미계약 부분을 협의해 수용하고 도급제 변경 요구도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 계약부분 변경에 따른 위약금과 고급화에 따라 증액되는 금액은 조합이 부담하도록 했다.
조합에는 시공사업단이 요구하는 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 적정 공사기간 연장, 공사중단·재개 등에 따른 변경을 수용할 것을 제시했다. 중재안의 적정범위 결정을 위해 토지주택공사(SH·LH) 등 사업대행자에 전권을 위임하는 사항을 총회 의결을 거쳐 결정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중재안은 양측과 조율한 뒤 조합원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조합 총회를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업단은 곧바로 서울시 중재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시공사업단은 서울시의 '공사 재개 후 조치 이행'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는 중재안을 통해 시공사업단에 우선 30일 이내 공사를 재개한 뒤 다른 조치들을 이행하자고 제안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한 '공사도급변경계약 무효확인 소' 취하하고 지난 4월 16일 의결한 '공사계약 변경의 건' 의결취소를 재취소하는 총회를 선행한 후에 일반분양 모집공고를 통해 입주 일정이 확정돼야 비로소 최소한의 계약적·법적 근거 및 사업 재원이 확보돼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 중재안은 시공사업단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합의 일방적 요구사항이 상당수 포함되고, 본 중재안을 수용해도 공사 재개 후 정상적인 공사수행을 담보할 수 없다"며 "본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조합 역시 서울시 중재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재안을 큰 틀에서 수용하면서도 외장 변경 등 조건을 제시하겠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해 7월 총회에서 의결된 엘리베이터, 샷시, 음식물처리기 등의 마감재 교체 내용을 추가로 반영해야 하며, 현재 설계 중인 공유부 특화 부분(외관 변경)도 내용에 반영해 이를 기준으로 분양가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분양일정에 대해 2020년 6월 계약된 내용을 기준으로 2주 이내에 조합에서 강동구청에 분양가심의를 신청하고, 그 결과를 지체없이 시공사업단에 통지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을 중심으로 발족한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 위원회(정상위)'도 서울시 중재안에 반발하고 있다. 둔촌주공 조합 정상위는 입장을 내고 "이런 내용의 중재안을 보려고 40일 넘게 기다린 것이 아니다. 실현 가능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중재안을 자세히 살펴볼수록 양측의 입장을 모두 듣고 만든 중재안이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내용 자체가 모순되고 우선 순위가 없으며, 위법성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조합 내부의 내홍도 지속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을 중심으로 발족한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 위원회(정상위)'는 조합 집행부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양측 간 견해차가 평행선을 이어가는 가운데 사태 장기화에 따른 조합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양새다.
둔촌주공 정상위가 최근 외부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받은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공사 중단이 6개월간 지속할 경우 발생하는 추정 손실액은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조합원 1인당 2억7000여만 원의 손실을 떠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 사태가 최초 공사비 증액으로 시작된 것은 맞지만 지금은 단순히 공사비 증액에만 합의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게 됐다"며 "서울시가 중재할 수 있는 부분도 한계가 있다. 당초에 소통 창구 정도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시공사업단이 크레인 해체를 연기했으니 좀 상황이 달라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시공사업단은 서울시·강동구청·정상위 요구에 따라 이번 주로 예정됐던 크레인 해체 작업을 연기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크레인 해체 연기로) 한숨 돌린 것은 맞지만 화해나 긍정적 시그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번 주 중으로 크레인 업체와의 미팅·회의를 통해 (해체) 시기를 논의할 예정으로 차주 결론이 나면 해체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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