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감원장에 '첫 검사 출신' 이복현 누구?…금융권 우려·기대 공존


'수사권 분리'에 검사 첫 사의 표명 인물

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신임 금감원장에 이복현 전 부장검사를 임명 제청했다. 사진은 2020년 9월 1일 이복현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2부 부장검사가 신임 금융감독원(금감원) 원장에 내정됐다. 검찰 출신 금감원장은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검찰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내정되자 금융권, 특히 자본시장 쪽에 감독과 제재가 강화되면서 칼바람이 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원리·원칙'을 바탕으로 적절한 전문가 기용을 통해 금감원을 이끌어주리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신임 금감원장에 이 전 부장검사를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장은 금융위 의결 후 금융위원회 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는 "검찰 재직 시절 굵직한 경제범죄 수사 업무에 참여해 경제정의를 실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준법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소비자보호 등 금융감독원의 당면한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로 평가돼 신임 금감원장으로 제청했다"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 금감원장은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복현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1998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검찰 내 대표적인 경제·금융 수사 전문가다.

그는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속돼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등 수사에 참여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 횡령·뇌물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며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농단 특검 등에서 합을 맞춘 적이 있다.

특히 이 내정자는 '수사권 분리'에 검사 중 첫 사의를 표명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추진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 현직 부장 검사가 사의를 표명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그는 "검찰 수사권을 없애버리면 당분간 금융·증권시장의 교란행위, 대기업의 시장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며 "검수완박이 실현되면 앞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대기업, 금융권력 등을 상대로 한 수사에서 수사기관이 승리할 가능성은 극히 저조하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검찰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내정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감독과 제재가 강화되면서 칼바람이 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관료 출신이 아닌 검찰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오면서 조사나 검사 위주로 너무 집중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너무 규제로만 접근될 가능성이 있어 금융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 정책 경험이 전무한 이복현 내정자가 뚜렷한 행보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검찰 편중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검찰 출신인 만큼 '원리·원칙'을 바탕으로 금감원을 이끌어주리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사 출신 중에서도 이복현 내정자의 경우 '원리·원칙'에 더 확고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안다"며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로 적절한 전문가를 기용함으로써 금감원을 끌어나간다면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jsy@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