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기우는 재무건전성에 IB도 미지근…김신 대표 '한숨'


실적 악화로 신용등급 전망 하향…수익 다각화 '과제'

대외적으로 증권업황 악화가 지속되는 한편 내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나빠지면서 김신 SK증권 대표(왼쪽 위)의 두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더팩트DB·SK증권 제공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국내 중형증권사들 중 SK증권의 실적 약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외적으로 증권업황 악화가 지속되는 한편 내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나빠지면서 김신 SK증권 대표의 두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 SK증권, 자본적정성 저하에 신용등급 전망도 '뚝뚝'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증권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4억53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68.3% 감소한 수치다. 순이익은 28억5662만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84.66% 줄었다.

SK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국내 20대 증권사 중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가장 큰 당기순이익 하락폭(-84.4%)을 보였다.

1분기 실적 악화는 올해 증권사 실적 전반에 영향을 미친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에서 온 타격이 컸다. 현재 증시는 올 초 시작된 글로벌 은행의 긴축 기조 이후 조정장을 지속 중이며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감소세에 접어든 상태다.

실제로 1분기 SK증권은 위탁매매 부문에서 35억5000만 원의 적자가 나타났다. 적자는 지난해 1분기(-9300만 원)대비 3717% 늘었다.

IB부문에서는 89억8500만 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지난해 1분기 대비 43% 감소했다. 자기매매 부문 수익 역시 52억4500만 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124억7200만 원)대비 137% 줄었다.

특징적인 점은 순자본비율이 올해 1분기 305.10%로 지난해 1분기(344.92%)대비 39.82% 줄었다는 것이다. 순자본비율은 증권사의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뉘 얻은 비율로,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순자본비율이 높을 수록 자본 활용 능력이 커져 사업 확대가 수월해진다.

재무건전성이 약화되자 최근 SK증권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최근 같은 중소형 증권사인 한화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에 대해 전망을 상향 조정했지만 SK증권 등급 전망은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A-로, 다올투자증권은 기업신용등급과 단기신용등급이 각각 A(안정적), A2로 상향됐다.

신평사는 우수한 자본적정성 유지 여부, 리스크 관리 기조를 기반으로 한 위험노출(익스포져) 부담의 정도 등을 보고 등급을 결정한다. SK증권의 경우 IB영업 확대와 사업다각화 지분투자 과정에서 우발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나신평은 "SK증권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분투자 및 IB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총위험액 및 우발부채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며 "부동산 PF 채무보증 등 IB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우발부채 규모가 2020년 말 2470억 원에서 2022년 3월 말 3634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IB사업기반 강화 과정에서 향후 절대적 규모가 추가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점, 전액 신용공여형(매입확약)으로 이루어져 있는 점 등은 재무안정성에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8년 말 대비 2022년 3월 말 SK증권의 자기자본 증가율은 8.2%로 나신평이 유효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자기자본 1조 원 미만 중소형 증권사 8개사 평균(46.8%) 대비 열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SK증권의 1분기 첫 IPO 주관 실적이었던 원스토어가 상장 일정을 철회하며 SK증권이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사진은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 /원스토어 온라인 간담회 화면 캡처

◆ 내년 초 임기만료 앞둔 김신 대표…수익다각화 과제

9년째 SK증권의 대표직에서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는 김신 대표의 경영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김 대표는 2013년 말부터 SK증권의 대표이사로 역임해 왔으며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 2018년 회사의 대주주가 SK그룹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J&W파트너스로 변경된 뒤에도 자리를 지켰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IB부문 강화를 위해 약 6년 만에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이번 1분기 실적에서 특별한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 지난해 SK증권은 IB조직의 효율적 운영과 성장 강화를 위해 IB총괄을 신설했다. 기업금융사업부, 구조화사업부, 대체투자사업부를 총 지휘한다.

특히 1분기 IPO 주관 실적은 전무한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는 SK그룹에 의존해 수수료 수익을 올렸지만 올해 SK그룹 관련실적 외 상장주관 다각화에 실패한 결과다. SK증권은 올해 원스토어(SK스퀘어 자회사) 공동주관사로 참여해 첫 IPO(기업공개) 주관 성과를 앞두고 있었지만 원스토어가 상장일정을 철회하며 수수료 수익을 놓치게 됐다. 인수단으로 참여한 SK쉴더스마저 상장 일정을 취소하면서 수수료수익 수취 시기가 미뤄졌다.

김 대표는 IPO 주관과 관련해 SK그룹에 의존한 실적을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수취한 9억 원 가량의 인수수수료 중 6억 원가량이 SK바이오팜 인수단 참여 실적에서 나왔다. 지난해에는 상장 주관에 참여한 모든 기업이 SK그룹 계열사로,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인수단 참여·SK리츠 공동 주관사 참여로 실적을 올렸다.

업계의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률 감소세는 지난해 말부터 예정돼 온 만큼 이를 최대한 방어하는 한편 IB와 기타 부문 수익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김 대표는 기울어져가는 재무건전성을 높여야하고 SK증권의 독자 생존을 위한 다양한 수익원 발굴 또한 과제로 안고 있다.

나신평은 SK증권이 업계 평균 대비 수익성 저하폭이 크기에 부정적 업황요인에 대한 대응능력이 열위한 것으로 판단했다. 나신평 관계자는 "향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주요 사업부문 시장지위를 유지하면서 자기매매부문 리스크관리를 바탕으로 경상적인 이익안정성 달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로서 IPO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규모 기업의 IPO 주관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증권 관계자는 "IB 실적은 업황에 따라 비슷한 수준이고 지난해 전체수익이 크게 감소한 이유는 탄소배출권시장조성자로 선정돼 의무 보유분에 따라 평가손실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IPO 주관이 SK그룹 관련 회사에 편중된 것과 관련해선 "비중으로보면 높은건 사실이나 기존 대형사 독식 구조로 다각화가 어려운 현실이다"며 "최근 인수단 참여 등으로 레코드를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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