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도와주네" 한화생명 후순위채 발행 앞두고 금리·신용도 비상


한화생명, 신용등급 강등…목표주가 하락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18일 한화생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더팩트 DB

[더팩트│황원영 기자] 한화생명이 트리플 A 신용도를 반납했다. 고공행진하는 금리로 수익성 개선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다. 자본 완충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당장 이달 예정인 후순위채 발행에도 부담이 커지게 됐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18일 한화생명보험의 신용등급을 AAA(부정적)에서 AA+(긍정적 또는 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내려갔다.

반면, 한화생명과 함께 생명보험사 빅3로 꼽히는 삼성생명, 교보생명은 모두 AAA등급을 유지했다.

한화생명만 유독 신용등급이 강등된 이유는 타사 대비 장기·고금리 확정형 보험 계약이 많은 구조 탓이다. 2023년 신 회계(IFRS18)·감독(K-ICS)제도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포트폴리오는 금리 리스크 등 요구자본 증가 부담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주식 및 해외 대체투자 등에서 운용자산 손상이 발생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생명에 대해 보장성 보험 위주로 영업을 확대하면서 실적이 정체됐고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지급보험금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영업이익 변동성도 커져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화생명은 이달 중순 10년 만기의 5년 콜옵션 기준으로 1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수요예측일은 17일 예정이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 원의 증액발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

한화생명이 제시한 후순위채 금리밴드는 4.3~4.9%다. 하지만, 신용등급 하락으로 금리밴드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나온다.

한화생명이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선택할 경우 발행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한화생명 RBC비율은 161.0%로 전년 말 대비 23.6%포인트 하락했다. 보험업법은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지만 금융당국은 선제적 관리를 위해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금유당국 권고치보다 소폭 높은 수준인데, 15개 생명보험사 평균 RBC 비율(179.7%)보다는 18.7%포인트 낮아 전체 평균을 깎아내렸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자본성 증권 발행에 나섰지만 조달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 경우 한화생명에 금융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발행금리가 더 높다.

실제 지난달 3일 메리츠화재가 진행한 무기명식 이권부무보증 후순위사채 수요예측에서도 금리 상승 현상이 발생했다. 메리츠화재는 후순위채(2000억 원) 모집에서 공모희망금리를 4.3~4.9%로 제시했는데 금리 상단에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4.79%에 모집물량을 채웠다. 4.89%까지는 3060억 원이 몰렸다. 3월에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NH농협생명의 경우 공모희망금리를 4.0~4.5%로 제시했고 모집액은 4.18%에 달성했다.

금융부담과 실적 후퇴 등이 예상되자 한화생명 목표주가도 낮아졌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26일 한화생명 목표주가를 기존 4600원에서 3600원으로 약 21.7% 내렸다.

실제 한화생명 주가는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생명은 263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생명은 약 1년 전인 지난해 5월 14일 고점(459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소폭 등락을 거듭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238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초 이경근 한화생명 부사장이 자사주 1만 주를 사들이는 등 임원진이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주가 부양 효과는 미미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신용등급이나 RBC비율 하락은 급작스러운 기준금리 상승으로 생명보험사가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라며 " 후순위채 발행금리는 시중금리 인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신용등급 하락이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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