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부동산 투자라기보다는 일종의 컬렉터 같다", "대통령이 나온 집을 사들였으니, 명당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 퇴임 후에 서초동 자택도 구입할까?" 등.
홍성열 마리오쇼핑(마리오아울렛) 회장이 전직 대통령들이 살았던 주택을 잇따라 구입하면서 그 배경에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히 부동산 투자가 아닌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홍성열 회장은 전직 대통령들의 사저 매입에 속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법원 등기부등본 열람 결과 홍성열 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전 살던 경남 양산시 매곡동 주택을 구입했다. 홍성열 회장은 해당 부지를 지난 2월 17일 매수해 이달 25일 소유권 이전을 접수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매곡동 건물을 26억1662만 원에 사저 건물과 주차장, 논 3필지, 도로 2필지 등을 매각했다.
홍성열 회장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서울 강남구 삼성동)를 67억5000만 원에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공매로 나온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를 111억5600만 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을 받았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홍성열 회장이 두 사저의 소유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홍성열 회장은 전직 대통령 아들의 부동산을 사들여 사업 다각화에 나서기도 했다. 마리오쇼핑은 201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 소유의 경기도 연천 허브빌리지를 118억 원에 매입하면서 부동산 리조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곳은 마리오허브빌리지로 이름을 바꾸고 허브농원·숙박업·음식업 등을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홍성열 회장이 구입한 대통령들의 사저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인근 주민과 식당 주인들은 취재진에 "집에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홍성열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의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어 골치를 앓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8000만 원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벌금과 추징금을 징수하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공매를 위임했고 홍성열 회장이 지난해 7월 낙찰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결정에 불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는 논현동 사저(건물) 지분을 부부가 2분의 1씩 보유하고 있어 일괄로 공매로 넘긴 것은 잘못됐다며 공매 취소 소송을 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달 열린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현재 논현동 사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거주하고 있고 경호원들이 사저 주변 곳곳에 배치돼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홍성열 회장의 전직 대통령 사저 구입을 부동산 투자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가 강남 노른자위 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를 사들이면서 사저 매입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직 대통령 3명이 당선 전에 살았던 곳을 모두 수집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집의 기운을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눈길을 끈다. 예로부터 나라의 고위 관료가 살던 집은 명당으로 봤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홍성열 회장을 '대통령 사저 수집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리오아울렛 관계자는 홍성열 회장의 사저 매입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회사 관계자는 "홍 회장이 전직 대통령 사저를 구매한 사실을 뉴스 보고 알게됐다"며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회사의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고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등 대통령들의 생전 가옥은 현재 국가 등록문화재 또는 기념관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현재 생존하는 전직 대통령들의 생가와 사저도 사후에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열 회장이 현재 소유 중인 아파트는 전직 미국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 홍성열 회장이 지난 2002년 매입한 서울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1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 사업가로 활동했을 때 한국에 분양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다. 이 아파트의 시공은 대우건설이 맡았으며 2001년 완공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외 기업이 자신의 이름을 사용해 지은 첫 단지라는 점에 의미를 두었다. 그는 1999년 대우트럼프월드 모델하우스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다. 트럼프는 18년 뒤인 2017년 7월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방한했다.
대우트럼프월드1의 일부 세대는 지난해 38억6000만 원에 매매거래가 되기도 했다.
◆ 홍성열 회장의 마리오쇼핑, 코로나19 직격탄으로 '휘청'
회삿돈이 투입된 허브빌리지를 제외하고 홍성열 회장이 전직 대통령 사저 구입에 쏟아부은 자금은 200억 원을 훌쩍 넘긴다. 홍성열 회장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보수와 배당 등으로 사저 매입 자금을 마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홍성열 회장의 호화로운 취미 생활(?)과 다르게 마리오쇼핑은 아웃렛 시장의 경쟁 심화 속에서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으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홍성열 회장이 지분 99.2%를 들고 있는 마리오쇼핑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리오쇼핑은 지난해 매출 347억 원, 영업이익 3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7%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소폭 상승했다. 마리오쇼핑이 2018년 매출 500억 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위기 상황이다.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마리오쇼핑의 전망은 밝지 않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마리오아울렛과 같은 도심형·창고형 아웃렛들은 중저가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2000년대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명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아웃렛 시장도 명품이나 고급 패션 브랜드가 몰려 있는 프리미엄아웃렛이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홍성열 회장은 국내 아웃렛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80년 마리오상사를 설립하고 1985년 패션 브랜드 '까르뜨니트'의 성공으로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01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마리오아울렛을 개장해 국내 최초의 패션 아웃렛으로 입지를 다졌다. 2013년에는 3관까지 개장해 거대 패션 상권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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