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수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시선이 명품 플랫폼 삼대장으로 꼽히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발란을 시작으로 주요 명품 플랫폼에 대한 현장조사가 진행됐다. 이들의 환불정책이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이유에서다.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이들 플랫폼의 신뢰도에도 타격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최근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명품 플랫폼 3사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이달 중순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발란 본사,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트렌비 본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머스트잇 본사 등에 순차적으로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부분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다. 특히, 발란의 경우 불투명한 환불 규정으로 소비자에게 수십만 원에 달하는 반품비를 부담하도록 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발란 측에서는 파트너사인 병행수입업체 측에서 반품비를 책정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소비자들은 플랫폼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18조에 따르면 청약 철회 시 반품비는 소비자가 부담하지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이에 공정위는 발란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침해한 것이 아닌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과도한 반품비는 공정위에서 온라인 판매업체(이커머스)에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 2012년에도 공정위는 해외구매대행 전문 쇼핑몰 6개 사업자에 대해 반품비를 부당하게 청구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소비자의 청약철회 시 반송비 외에 창고 보관료 등 관리비용을 손해배상 성격으로 청구한 사례가 있다"라며 "또한, 국제배송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서 반품비가 소비자의 구매의사 결정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청구내용만 알리고 구체적인 금액은 명시하지 않아 반품비를 과다하게 청구했다. 앞으로도 유사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시정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반품비를 계약체결 전에 명확하게 알리도록 하고, 과다하게 반품비를 청구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발란에서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발란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발란은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네고왕'에 출연해 할인 프로모션을 약속했지만, 프로모션 직전에 상품 판매가를 올려 고객들이 할인 혜택을 보지 못하도록 만들어 논란이 됐다. 당시 발란은 "쿠폰 적용 과정에서 서버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며 "인상된 가격으로 구매한 고객에는 환불 등 보상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머스트잇, 트렌비 등도 유사한 소비자 분쟁 사례가 있을 가능성이 존재해 공정위 측이 주요 명품 플랫폼의 현장조사를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플랫폼별로 조사 범위의 차이는 있으나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이 공정위가 이번 현장조사를 진행한 핵심 이유이다.
공정위는 현장조사 이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명품 플랫폼 측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 발송한다. 심사보고서를 받은 플랫폼은 공정위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공정위는 전원회의(법원 1심과 같은 효력을 갖는 심의)를 열어 의견서를 검토, 제재 수위를 정하게 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의 생명은 고객들의 신뢰도가 결정한다"라며 "신뢰가 깨지는 순간 명품 판매자로서의 입지를 상실하게 된다. 백화점에 가지 않고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을 특정 온라인 플랫폼에 사용하는 이유는 고객들이 그만큼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든 재차 구설에 오르고, 고객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면 결국 플랫폼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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