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으로 만든 술…이색 상품 쏟아내는 주류업계 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색다른 경험 시도"

주류업체들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이색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이트진로(왼쪽)·파리바게뜨 제공

[더팩트ㅣ이선영 인턴기자] 주류업체들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이색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통해 모디슈머(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재창조하는 소비자)와 펀슈머(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 등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아이스크림으로 술을 만든다거나, 막걸리로 만든 쉐이크가 나오는 등 이색적인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색다르고 재미있다는 의견과 기존 제품의 고유의 맛을 잃어 아쉽다는 의견 등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희소성을 주기 위해 앞으로도 제품군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업체 하이트진로는 빙그레와 함께 '이슬톡톡 캔디바'를 내달 2일부터 전국 주요 상권과 마트, 편의점에서 한정 판매한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이슬톡톡 캔디바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대생)의 펀슈머 트렌드에 맞춘 상품이다. 알코올 도수는 3도이며 355ml 캔제품으로 출시된다. 주요 대학가 상권에서는 캔디바 아이스크림 증정행사도 함께 이루어질 예정이다.

막걸리 브랜드인 서울장수도 파리바게뜨와 함께 '장수 막걸리 쉐이크'를 출시했다. 장수 막걸리 쉐이크는 서울 장수 막걸리향을 첨가해 만든 비알콜 음료로, 알코올 함량은 1% 미만이다. 막걸리향 베이스에 얼음, 우유 등을 함께 블렌딩해 서울 장수 막걸리 특유의 구수한 쌀의 풍미와 톡 쏘는 청량함에 부드러운 맛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담백한 쌀 토핑을 올려 씹는 재미까지 더했다.

주류업체와 음료업체의 협업도 있다. 국순당은 롯데칠성음료와 함께 칠성사이다와 콜라보 제품인 신제품 '국순당 칠성막사'를 6월 1일부터 출시한다. 업체 측은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서 바로 마시는 청량감을 살리기 위해 제품 개발에만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이다 막걸리 맛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주류업체들은 지난해에도 인기 아이스크림에 주류를 입힌 제품을 출시해왔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8월 빙그레와 손잡고 이색 협업 제품 '메로나에이슬'을 한정 판매로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해 11월 자사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에 롯데푸드의 초콜릿 아이스크림 '빠삐코'를 합친 '처음처럼X빠삐코'를 한정 출시했다. 국순당도 지난해 11월 막걸리와 해태 아이스크림 '바밤바'를 접목한 '국순당 쌀 바밤바밤'을 출시했다. 국순당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출시 100일 만에 판매 200만 병을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아이스크림과 소주를 섞어 먹는 소비자들이 있고 MZ세대가 이색적인 콜라보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주력 제품으로 키워나가기보다는 트렌드에 맞춰 한시적으로 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주류업체들은 지난해에도 인기 아이스크림에 주류를 입힌 제품을 출시해왔다. /롯데칠성음료(왼쪽)·국순당 제공

이같은 주류업체들의 이색 협업에 색다르고 재미있다는 의견과 기존 제품의 고유의 맛을 잃어 아쉽다는 의견 등 제품의 주 타겟층인 MZ세대 소비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30대 정 모 씨 "(주류업체들의 이색 협업은) 좋은 취지라고 생각한다"며 "취하는지도 모르고 맛있게 먹게 된다"고 했다. 20대 오 모 씨도 "상술용 유행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색 협업은) 색다르고 재밌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20대 이 모 씨는 "나쁠 건 없지만, 협업이 유행이 되면서 (기업에서) 너무 무자비하게 협업을 강행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했으며, 30대 김 모 씨는 "소비도 문화라는 말처럼 모두가 즐길 수 있거나 혹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게끔 유도하는 방식으로 단순 소비문화에 화제성을 첨가하는 마케팅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두 번 먹을 수 없는 제품들도 있는데 이슈몰이로 만든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희소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음식에 이것저것 섞어서 실험을 하듯이 낯선 음식들 간에 콜라보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며 "MZ세대는 술을 취하기 위해서 마신다기보다 술 자체에 대한 몰입도가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콜라보 제품이 잘못되더라도 큰 실패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SNS에 인증할 만한 희소성을 주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많은 기업이 협업 마케팅을 채택하고 있는데 서로 간에 해당 카테고리에서 1등 기업끼리 협업했을 때 효과가 가장 좋다"며 "보통 브랜드끼리 3~6개월간 협업해보고 효과가 있으면 계속하고 효과가 없으면 끝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에서 구체적인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지만 어느 쪽이든 이익이 있기 때문에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기업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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