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수들 사흘 연속 '릴레이 발표'…투자 보따리 무게만 '1000조'


삼성·현대차·롯데·한화 이어 SK·LG도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삼성과 현대차, 롯데에 이어 SK, LG 등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릴레이식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삼성·현대차·롯데가 역대급 투자를 결정했고, SK와 LG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기업들이 발표한 전체 투자액 규모만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국가 예산 607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기업들이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건 윤석열 정부의 '민간 주도 경제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사흘 연속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발표가 이어졌다. 전날(26일) SK와 LG는 각각 247조 원, 106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두 기업의 투자 규모만 따지더라도 역대급 수준의 투자 보따리를 푼 셈이다.

먼저 SK는 BBC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한다. BBC는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 등 SK의 핵심 성장 동력이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T) 등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을 반도체라고 보고, 반도체·반도체 소재에 전체 투자의 절반 이상(142조 원)을 투자한다. 이 밖에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 67조4000억 원, 디지털 24조9000억 원, 바이오 및 기타 12조7000억 원 등의 투자를 결정했다. 전체 투자 중 국내 투자는 179조 원 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전체 투자금의 90%를 BBC에 집중, 핵심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LG 역시 미래 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2026년까지 106조 원의 국내 투자를 단행한다. 배터리·배터리 소재 10조 원, AI·데이터 3조6000억 원, 바이오 1조5000억 원 등 신사업에 절반 가까운 투자를 집행하며, 21조 원을 연구개발(R&D) 금액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LG 관계자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확고히 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요 기업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한 것은 글로벌 경제 구조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첨단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선제 대응으로 해석된다. 미래 성장 산업을 한발 앞서 육성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특히 '친기업'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철학인 '민간 주도 경제 성장론'을 대규모 투자를 통해 뒷받침하는 동시에 기업의 경제·사회적 역할도 강화하겠다는 기업 총수 차원의 결단으로도 분석된다.

기업들의 역대급 투자와 고용 결정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기조에 대한 화답과 함께 기업의 경제·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는 기업 총수들의 의지 표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윤호 기자

주요 기업들의 릴레이식 대규모 투자 발표는 지난 24일부터 시작됐다. 먼저 삼성이 5년간 450조 원(국내 36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와 바이오, 신성장 IT 부문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 원보다 120조 원 늘어난 역대급 수준으로, '기업이 더 많은 투자와 더 좋은 일자리 창출로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전동화·로보틱스를 포함한 친환경·신사업 분야 등에 2025년까지 63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롯데그룹도 5년 동안 헬스케어·모빌리티 등 신성장 부문에 37조 원을, 한화그룹은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분야에 37조6000억 원(국내 2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5일에는 두산그룹이 향후 5년간 SMR(소형모듈원자로), 가스터빈,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5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SK와 LG 외에도 GS, 포스코, 현대중공업, 신세계가 투자 발표 행렬에 합류했다. GS는 5년간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21조 원 투자를 확정했으며, 부문별로 에너지에 14조 원, 유통·서비스에 3조 원, 건설·인프라에 4조 원을 투입한다. 포스코는 국내 33조 원을 포함, 총 53조 원을 투자해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으로 위상을 공고히 하고, 국내 경제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친환경·디지털 전환 등 그룹 체질 개선을 위해 5년간 총 21조 원을, 신세계는 오프라인 유통 사업 확대와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등에 총 2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로써 국내 주요 기업들의 투자액은 1060조 원을 넘어섰다. 이 중 800조 원 이상이 국내에 집중된다. 재계는 이러한 주요 기업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기업들 역시 투자를 검토하며 당분간 '릴레이 투자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 투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새 정부에 화답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아직 투자 발표를 하지 않은 기업들도 조만간 투자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기업들은 투자와 함께 고용 계획도 발표했다. 현재 기업들이 약속한 신규 채용 규모는 25만 명에 달한다. 기업별로 5년간 삼성 8만 명, SK 5만 명, LG 5만 명, 포스코 2만5000명, GS 2만2000명, 한화 2만 명, 현대중공업 1만 명 등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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