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루나·테라USD(UST)' 폭락 사태로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소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상장 심사를 소홀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루나 상장폐지 과정에서 거래소들이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피해가 확대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루나 사태'로 국내 28만 명 이상의 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이들이 보유한 루나는 700억 개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가상자산거래소 및 증권시장에 있는 다양한 루나·테라 파생상품의 손실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때 글로벌 코인의 시가총액 순위 8위까지 올랐던 루나·테라 가격은 이달 들어 폭락해 사실상 '제로(0)'가 되면서 몰락하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의 피해를 양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루나·테라 폭락 사태를 두고 가상자산 거래소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루나' 코인의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상장을 불허한 거래소가 있었던 만큼 업비트·빗썸 등 규모가 더 큰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심사를 철저히 했다면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어닥스는 지난해 9월 루나의 상장심사를 진행한 결과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을 예견하고 루나를 상장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상장심사팀은 루나의 법률 및 규제준수 항목에서 유사수신행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시하며 감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루나를 상장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타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루나의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했음에도 상장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 업비트를 운영 중인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전날 열린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점검'에서 "지금 시점에서 과거를 보면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상장 당시 루나는 혁신적 가상자산으로 주목을 받았다"며 "가상자산 시장에는 다수의 거래소가 있고 거래소들은 각기 다른 기준으로 상장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거래소들은 루나·테라 사태의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들은 테라와 루나의 폭락 사태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거래 중단을 즉각 조치하지 않았고, 입금을 일시적으로만 제한했다. 이에 루나는 '상폐빔'(상장폐지를 앞두고 가상자산의 시세가 급등하는 현상)을 노린 투기성 투자자들이 10만 명 더 급증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특히 루나 사태가 터진 후 일주일간 업비트와 빗썸이 루나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만 최소 1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피해자는 급증했고, 거래소의 수익은 늘어난 셈이다.
결국 고팍스, 업비트, 빗썸은 루나를 상장폐지 했으며 코빗도 다음 달 3월 오후 2시를 기준으로 루나 거래 지원을 종료하기로 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마다 상장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잘잘못을 따지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루나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코인 상장 심사를 더욱 깐깐하게 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장폐지 결정은 또 다른 투자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마다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루나 사태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을 동안 거래소는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는 비판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 다만, 유의 종목 지정 이후 발생한 수수료 수익 전액은 투자자 보호에 활용하겠다는 거래소도 나오고 있고, 거래소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