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경현 기자]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수장자리에 오른 뒤 받아든 첫 성적표의 부진으로 힘겨운 출발선을 지나고 있다. 황 사장이 IB(기업금융) 부문 등 키우기에 나선 가운데 리테일 부문 수혜를 누리기 어려운 올해 경영능력이 입증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으로 2132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보다 38.6%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47.11% 줄어든 1410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 1635억 원을 14%가량 밑돌았다.
주식시장 침체로 시장 거래대금이 크게 줄자 영업환경이 악화된 결과다. 특히 수수료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위탁매매 수수료에서 타격이 컸다. 1분기 179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2760억 원) 대비 35.3% 줄었다. 직전 분기(1950억 원)비교로도 8.5% 감소했다.
부진한 실적 탓에 주가가 곤두박질 치기도 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인 지난 10일 주가는 전일 대비 1.12% 내리며 마쳤고 11일과 12일은 연속으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증권가는 키움증권에 대한 목표주가를 일제히 조정하는 등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등은 각각 주가 기대치를 낮췄다. 글로벌 은행의 금리인상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증시 약세 전망이 계속되자 리테일 이익 비중이 압도적인 키움증권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비리테일 외연 확장이 필연적인 상황에 놓이자 황 사장은 IB강화로의 체질개선에 나섰다.
황 사장은 초대형IB로부터 인력 수혈에 나서는 등 인력 배치에 신경썼다. 올 1분기말 기준 IB 인력은 158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4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홀세일과 리테일 인력은 각각 7명, 16명씩 줄었다.
이에 1분기 기업금융수수료는 총 430억 원으로 전년 동기(398억 원) 대비 소폭 늘었다. 구조화·PF금융 등에서의 수익이 367억 원으로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ECM(주식발행시장)의 수익성 강화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ECM 부문은 전년 동기(49억 원)대비 73.47% 급감한 13억 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공동 주관사에 참여해 수수료 13억 원을 올린 것이 1분기 성과의 전부다. IPO 주관 계약도 대어급 딜을 포함해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황 사장이 키움증권의 종합금융투자회사 지정을 디딤돌 삼아 IB 실적 반등에 성공할지 시선이 모인다. 이달 초 키움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9번째 종투사로 지정됐다.
종투사는 회사 자본의 2배 이내에서 투자자 대출이 가능하며 기업 신용 공여 업무도 가능하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 3조8000억 원대에 달해 자기자본 4조 원이 자격인 초대형IB의 조건에도 가까워지고 있다. 초대형IB 지정 시 대규모 자금조달로 메자닌·해외부동산 등 투자 다각화가 가능해져 리테일 의존도를 낮추는 데 한층 용이하다.
일각에선 올해 나타날 키움증권의 성적표를 통해 황 사장의 경영능력이 드러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리테일에 의존한 실적 강자에서 벗어나 대형사로의 발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키움증권이 지속되는 시장 환경 리스크를 피하려면 빠른 시일 내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비중 대비 IB비중을 늘려야 한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거래대금과 신용 잔고 등 개인 투자자 활동성 지표 둔화가 이어지고, 이는 키움증권 투자 심리에도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종투사 지정에 따라 종합금융팀을 신설해 신용공여 한도를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적절한 자금 활용 계획 등을 수립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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