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정문경 기자]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이 6조3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생산공장을 미국 조지아주에 짓기로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미국 시장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설립한다. 신설 전기차 공장 인근에는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해 배터리 공급망도 갖춘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미국 시장에서는 총 84만 대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자국 내 고강도의 전기차 산업 진흥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조2000억달러(약 1516조8000억 원) 규모 기반시설 법안에 서명하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대규모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2030년까지 전역에 판매되는 차량 50%를 전기·수소연료전지·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로만 채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미국 정부는 올해 10월부터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완성차 현지 생산 부품 비율을 현재 55%에서 60%로 높이고 2029년까지 75%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회담에서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투자를 통해 8000명 이상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며 "이런 투자를 통해 미국 국민과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과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에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충전소들이 전국에 생기면 주변에 다른 사업장들도 생겨나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미국 완성차기업들도 자국 내 전기차 생산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GM은 미국 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전기차 생산 체제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햄트랙공장 이름을 '팩토리제로'로 바꾸고 22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탈바꿈했으며, 전기트럭 생산 확대를 위해 미시간주 4개 공장에 4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에 26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입해 미시간주 랜싱에 새 전기차 배터리 공장도 건설한다.
포드는 지난해 9월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SK이노베이션(SK온)과 합작으로 두 개의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114억 달러(약 14조4000억 원)를 투자하고 전기차 조립 공장도 짓는다. 포드와 SK이노베이션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는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서 공장을 짓는다. 포드는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4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배터리는 연간 240GWh 규모로 예상된다.
폭스바겐도 미국 전기차 생산과 연구개발 현지화를 위해 향후 5년간 71억 달러(약 9조 원)를 투자한다. 독일에서 수입하던 ID.4를 올 하반기부터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하고, 배터리셀 현지 생산도 검토한다. 도요타는 2025년 가동 예정인 리튬이온배터리 공장을 비롯해 2030년까지 총 34억 달러(약 4조 원)를 투자,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따라 미국 전기차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지에서 완성차기업 간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jmk010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