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지 않는 호가든 출시…무알코올 맥주 시장 격전지로 급부상


"알코올 의존도 우려 벗어나 마실 수 있어"

24일 서울 마포구 한 편의점에서 무알코올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이선영 인턴기자

[더팩트ㅣ이선영 인턴기자] 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 시장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 또는 다이어트, 회식 참석 시 차량으로 인해 알코올 섭취를 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음주를 못 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맥주 제조사들이 맥주 맛을 그대로 구현한 무알코올·비알코올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주류 기업들이 맥주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무알코올·비알코올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 관련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맥주업계 1위 기업인 오비맥주는 지난 23일 '호가든 제로'를 출시했다. 호가든 제로는 국내 밀맥주(맥아 농도가 높고 10~25도의 상온에서 발효) 1위인 호가든과 같은 원료를 사용해 동일한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쳤다.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알코올만 추출해 도수는 0.05% 이하다. 호가든 제로는 밀맥주 맛을 선호하지만 알코올에 취약한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다.

에일맥주 중심의 크래프트 맥주(수제맥주) 회사인 제주맥주는 지난 16일 '제주맥주 브루잉 데이 2022' 행사에서 제주맥주의 무알코올 맥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곰표 밀맥주로 유명한 세븐브로이맥주도 최근 무알코올 맥주 생산 계획을 밝혔다.

롯데칠성음료 또한 오는 3분기에 비알코올 클라우드 맥주를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현재 알코올 0%인 무알코올 맥주만 출시된 상태"라며 "0.5도 미만의 비알코올 제품을 올 3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세법에 따르면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인 경우 음료로 구분된다. 알코올이 전혀 없을 경우 무알코올, 1% 미만일 경우는 비알코올에 해당한다.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14년 81억 원에서 2019년 153억 원으로 6년 사이 두 배가량 성장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홈술과 홈파티가 늘면서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0억 원대까지 성장했다. 업계는 2025년까지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가 2000억 원 수준으로 팽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하이네켄코리아는 지난 4월 온라인 설문조사 업체 오픈서베이를 통해 최근 3개월 이내 무알코올과 논알코올(비알코올) 맥주 음용 경험이 있는 전국 거주 2030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월 1회 이상 무알코올 혹은 비알코올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는 이유로는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52.4%로 가장 많았고, '취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답변이 43.4%로 그 뒤를 이었다.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는 상황으로는 '모임이나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만 맞추고 싶어서'가 50.4%로 가장 많았고, '운전을 해야 할 때'가 31.2%를 차지했다.

맥주업계는 무알코올 맥주를 컨셉으로 디자인을 리뉴얼하거나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오비맥주 제공

무알코올 맥주 시장을 개척한 기업은 하이트진로다. 2012년 '하이트제로 0.00'을 출시해 시장을 공략했다. 지난해 2월에는 알코올과 칼로리, 당류가 모두 제로인 콘셉트로 디자인을 리뉴얼했다. 해당 제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8% 성장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무알코올, 무당류, 무칼로리의 맥주 맛 음료인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에는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출시했고 3년 뒤 디자인을 리뉴얼 하는 등 공을 들였다.

오비맥주는 2020년 '카스0.0'를 내놓으며 무알코올 시장에 합류했다. 카스 0.0는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쿠팡 온라인 부문에서 누적 판매량 400만 캔을 돌파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이면 주류로 구분되지 않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진 점이 무알코올·비알코올 매출 상승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오비맥주 모회사인 AB인베브는 2025년까지 전체 맥주 생산량에서 무알코올·저알코올 맥주 비중을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이 무알코올 맥주를 찾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는 알코올 의존도에 대한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을 꼽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혼술이 트렌드가 되면서 소비자들이 알코올 의존도가 심해질까 봐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소비자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무알코올 맥주는 퇴근 후에 부담 없이 재충전도 하고 피로 회복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진단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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