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정문경 기자]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선제적·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R&D)과 인력 예산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23일 발표한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경쟁국이 미래 모빌리티 예산 지원을 확대하며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정부도 자동차 산업 연구개발과 인력 예산 지원을 추가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자연은 "정부가 자동차 산업 연구개발 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있으나, 국내 부품업계는 2017년 이후의 성과 부진으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선제적·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자연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세계 3위 R&D 투자 산업으로, 전 세계 투자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2026년까지 전기동력·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를 양산하기 위해 자동차와 연관 기업들은 R&D와 인적자본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주요국 정부도 미래차 관련 하부구조를 확충하는 중이다.
독일 자동차 업계가 2022∼2026년에 총 2200억 유로(약 295조8000억 원)를 R&D에 투자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국내의 경우 전체 자동차산업의 R&D 투자는 증가했지만, 완성차 비계열 부품기업 273개사의 R&D 투자는 감소하고 있다. 2020∼2021년 현대차그룹의 R&D 투자는 4094억 원 증가했으나 르노코리아자동차·쌍용차 등 외국계 완성차 2사의 투자는 999억 원 감소했다.
완성차 비계열 부품기업의 투자도 378억 원 줄었다. 한자연은 코로나19 이후 비계열 부품기업 273개사 중 R&D 투자가 2년 연속 감소한 기업은 85개사였는데 이러한 추세는 미래차 전환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자연은 경쟁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R&D 투자를 확대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상황에서 기업 간 혁신역량의 격차 확대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2020년 기준 주요국의 자동차 산업 R&D 투자는 독일 59조 원, 일본 33조 원, 미국 30조 원, 중국 12조 원 등의 순이며, 우리나라 8조6000억 원으로 이들 국가에 크게 뒤졌다.
2020년 미국과 독일의 자동차 엔지니어는 각각 11만명, 12만6000명으로 늘어났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연구개발 인력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오히려 929명 줄어 3만7000명에 그쳤다.
한자연은 자동차가 모빌리티로 진화하며 전후방 연관산업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관련 R&D 예산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자연은 "장기적으로 R&D 투자를 해온 기업과 핵심역량을 보유한 창업기업을 모두 지원하는 이원화 전략을 운용하면서 모빌리티 산업의 공급망 안정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jmk010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