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대웅제약이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검찰 출신인 윤재승 대웅제약 전 회장이 회사에 공식 복귀했다. 대웅제약은 윤재승 전 회장이 자문 역할을 할 뿐 경영 활동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윤 전 회장이 회사를 둘러싼 굵직굵직한 이슈를 처리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윤재승 전 회장은 올해 1월부터 지주회사 ㈜대웅과 대웅제약, 계열사 한올바이오파마 등에서 각각 '최고비전책임자'(CVO)라는 직함의 미등기·비상근 임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CVO는 사업 진행에 있어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역할로 대웅제약이 국내 주요 제약사 중 처음으로 신설한 직책이다.
대웅제약은 "윤재승 CVO가 경영활동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그룹의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고 R&D 투자, 글로벌 사업 지원 등의 현안에 대해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은 지원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현재 사법리스크를 겪고 있다. 대웅제약은 자사의 위장약이 특허 만료로 경쟁사의 복제약이 시장에 들어오자 데이터를 조작해 허위로 특허를 받고 경쟁사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웅제약 전·현직 임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웅제약과 지주사 대웅은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대웅제약의 위장약 '알비스D'의 특허 출원 과정에서 데이터 조작 등을 확인하고 지난해 3월 과징금 22억8700만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윤재승 전 회장도 특허 출원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윗선 개입은 없다고 봤다.
당시 공정위 자료를 보면 '알비스D 발매 전 특허를 출원하라'는 윤재승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웅제약 직원은 '데이터도 없는데 누가 회장님께 특허 보호 가능하다고 했는지 문의' 등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검찰은 "윗선의 개입 사실이나 정황이 파악된 것은 없었다"면서 직원들의 일탈로 결론을 내렸다.
윤재승 전 회장은 '사정의 칼날'을 피했지만 회사와 직원들이 재판장에 서게 된다. 대웅제약은 '가짜 특허'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재판에 집중해야 할 처지다. 일각에서는 윤재승 전 회장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고 윤영환 창업주의 삼남 윤재승 전 회장은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인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사법연수원 16기) 후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 부산지방검찰청 울산지청 검사,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등을 지냈다. 윤재승 전 회장은 10여 년간 검사 생활을 마치고 1995년 대웅제약에 합류했다. 윤재승 전 회장은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 동기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윤재승 전 회장의 화려한 검찰 인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그가 재판 과정을 잘 아는 만큼 준비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윤재승 전 회장은 지주회사인 ㈜대웅 지분 11.6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웅은 대웅제약 지분 47.71%를 들고 있다.
앞서 윤재승 전 회장은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 등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8년 8월 ㈜대웅과 대웅제약 경영에서 물러났다. 당시 회사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후 3년 4개월여만인 올해 초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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