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르는 '분양가 상한제'…서울 분양시장 영향은


공급 확대 기대감↑…업계 "분양가 상승 불가피"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개편에 착수한 가운데 서울 분양시장에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임세준 기자

[더팩트|이민주 기자] 새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개편 논의에 착수한다.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를 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방향성을 놓고 폐지나 축소가 아닌 '미세조정'을 내세우면서 이번 개편이 서울 분양시장 판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이르면 8월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을 발표한다. 정부는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 등의 의견을 종합해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하게 된다.

개선 방향은 가산비 항목을 현실화하는 안이 유력하다.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 공사비, 가산비로 이뤄진다. 정부는 조합원 이주비와 조합 사업비 금융이자, 영업보상 및 명도소송 비용을 가산비로 인정해주는 안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나 축소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문제가 생기는 부분을 수정하는 정도의 미세 조정이나 제도 현실화 정도가 될 것"이라며 "특수 비용들을 분양가 상한제에 반영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 택지 안에서 감정 가격 이하로 땅을 받아 건설하는 공동 주택의 가격을 국토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 분양 가격 이하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주택 분양가를 '택지비+건축비' 이하로 제한해 고분양가 논란과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이 커지자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이런 규제가 공급의 대부분을 도시정비사업에 의존하는 서울 지역에 공급가뭄을 초래하면서 수정 필요성이 대두됐다. 분양으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 도시정비사업 조합이 낮은 분양가에 반발해 분양을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공사중단 사태가 벌어진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도 분양가가 발목을 잡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업계는 분양가가 통제된 상황에서 수익성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커진 조합이 분양 시기를 늦추면서 사업이 지연됐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분양가 상한제 개편이 서울 공급 물량 확대와 분양가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한다. /임세준 기자

실제 서울은 최근 극심한 주택 공급 가뭄을 겪고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서울지역 상반기 분양계획 물량은 24개 단지 9734가구였지만, 이달 기준 상반기 분양 계획 물량은 17개 단지 2350가구로 종전 대비 75.9% 감소했다. 당초 분양을 계획했던 24개 단지 중 7곳이 주택 공급을 미뤘기 때문이다. 이달 서울 주요 정비사업 단지 분양물량은 제로(0)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단지 '래미안 원펜타스'는 낮은 분양가 때문에 올해 분양을 포기하고 분양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도 조합에서 높은 분양가를 받기 위해 택지비 평가를 미루면서 올해 상반기 일반분양이 불가능해졌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 역시 설계변경과 분양가 문제로 올해 상반기 일반분양 일정을 연기했다.

업계는 서울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분양가 상한제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대통령도 110대 국정과제에 분양가 상한제를 포함한 정비사업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개선 기대감으로 재건축 조합이 분양 계획을 늦추고 있다. 서울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분양가 관련 규제를 서둘러 완화해야 한다"며 "가뜩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분양가 상승 하방 압력이 세지고 있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 적용 분양가로는 정상 추진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개편에 따라 신규 아파트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 개편에 더해 건축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기본형건축비 인상이 맞물리면 분양가가 폭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멘트 생산 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지난 1분기 t당 260.6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1% 올랐다. 이달 시멘트 가격은 t당 9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7만5000원) 대비 24% 인상됐다. 지난달 철근 가격은 t당 114만 원으로 1월(70만 원) 대비 63% 급등했다. 각재, 합판 등 자재 가격도 지난해 보다 50% 이상 비싸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세조정에 나선 이유는 자칫 (분양가 상한제 손질이) 분양가 급등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며 "공급만 늘린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 활성화 효과는 있겠지만 가격이 오르면 수요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적절한 선에서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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