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가상자산 시장이 국산 코인인 '루나·테라USD(UST)' 사태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루나와 UST는 사실상 가치가 전혀 없는 휴지 조각이 됐고,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이저 알트코인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인 UST가 연쇄적 폭락 사태를 경험하면서 주요 거래소에서 퇴출당하고 있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경우 루나와 UST 현물 거래를 중단했다. 또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고팍스, 업비트, 빗썸도 순서대로 루나를 거래소에서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한때 글로벌 코인의 시가총액 순위 8위까지 올랐던 루나·테라 가격이 이달 들어 폭락해 사실상 '제로(0)'가 되면서 몰락하면서다. 지난달 말까지 10만 원을 웃돌던 루나는 20일 기준 0.1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1달러에 고정돼 거래됐던 UST 역시 0.1달러 선까지 밀렸다.
왜 이런 폭락 사태가 발생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우선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에 대해 알아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가치가 안정적인 코인'을 뜻한다. 코인은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가 등락할 정도로 변동성이 심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즉, 1달러를 예치하면 1달러에 해당하는 코인 1개를 발행하는 식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보통 실물자산을 담보로 한다. 그러나 테라의 경우 루나의 공급량을 조절해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맞췄다. 예컨대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하락하면 루나 발행을 통해 테라를 사들여 유통량을 줄임으로써 테라 가격을 1달러에 고정시킨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긴축재정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루나·테라 폭락 사태'가 시작됐다.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가상자산 시장에선 투매가 나타났다.
이에 테라가 1달러 밑으로 추락했고, 테라폼랩스는 대량 발행한 루나로 테라를 사들여 유통량을 줄임으로써 테라 가격을 올리고자 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루나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졌고, 루나와 테라를 동반 투매하는 뱅크런(대량 인출)으로 이어지면서 루나-테라 시스템이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테라와 루나를 만든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도 실패를 인정했다. 권도형 대표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내 발명품(루나·UST)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며 사과했다.
◆'루나·테라 사태' 투자자 보상은 어떻게
문제는 아직 '루나·테라'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이번 사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과 테라폼랩스와의 법정 싸움이 예고됐다.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LKB(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지난 19일 서울남부지검에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이자 소셜커머스 티몬 설립자이기도 한 신현성 씨, 테라폼랩스 법인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아울러 투자자 보상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테라폼랩스는 남은 지급준비금으로 소액투자자부터 배상하겠다고 나섰다.
테라폼랩스를 지원하는 비영리 재단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는 지난 16일 보유 자산 내역을 공개하며 소액투자자부터 배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지급준비금으로 마련한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사용 내역과 잔여 자산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큰 만큼 보상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루나 사태'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사건"이라며 "피해 규모가 막대한 만큼 이를 어떤 기준으로 보상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금법 외에 관련 법이나 규정이 없다 보니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아직 제도적으로 규제 등이 제대로 규정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정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