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부품 헐값에…'부당 지원' 경동나비엔에 과징금 37억


공정위, '계열사 부당 지원' 경동원·경동나비엔에 과징금 37억 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경동원의 경동나비엔 부당 지원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6억8000만 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보일러 전문 기업 경동나비엔이 보일러 부품을 원가보다 싸게 공급받은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7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경동의 계열회사인 경동원이 경동나비엔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저가로 판매한 행위를 적발해 경동원에 24억3500만 원, 경동나비엔에 12억4500만 원 등 총 36억8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경동원은 2009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름보일러 가동에 필요한 외장형 순환펌프를 손실을 보며 판매하는 방식으로 경동나비엔을 지원했다.

애초 경동에버런이 경동나비엔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공급했으나, 2009년 1월부터 경동원이 전량 생산·납품하기 시작했다.

해당 부품의 거래 가격은 매출 원가보다 낮을 뿐 아니라 변동비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는 판매 가격에서 변동비를 뺀 공헌이익이 '0'보다 낮다는 의미로, 이 경우 통상 기업은 생산 중단을 검토하게 된다.

경동나비엔은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에서 납품가를 설정했고, 결과적으로 경동원이 모든 손실을 부담하는 거래 구조가 만들어졌다. 기업 내부에서는 납품가 현실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실제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거래 가격은 경동의 공통 부서에 해당하는 경동나비엔 소속 기획팀 등에서 결정했다. 이 기획팀은 경동나비엔 소속이지만, 계열사들이 매출액 등 비율에 따라 인건비를 부담했고, 내부 거래 가격 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러한 저가 거래는 2019년 3월 내부 거래 가격 체계를 변경하면서 멈췄다. 외장형 순환펌프에도 매출 원가에 산업 평균 매출 이익률을 가산하는 방식을 적용해 거래 가격을 인상했고, 이에 따라 지원 행위도 종료됐다.

부당 내부 거래로 경동원은 약 51억 원의 영업손실을 부담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동나비엔은 최소 51억 원의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동원의 지원 행위가 없었다면 경동나비엔은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에서 상당한 영업손실이 발생하거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판매를 중단·축소할 개연성이 있었다"며 "실제로 경동나비엔은 지원 행위가 종료된 2019년과 2020년 각각 3억8000만 원, 5억30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계열사 간 내부 시장이 공고해짐에 따라 경쟁 사업자의 사업 기회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봉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외장형 순환펌프 및 기름보일러 시장에서 경동나비엔의 시장 점유율이 확돼되는 등 경쟁이 저해됐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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