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물품 거래소부터 에어택시 이착륙장까지…정유사 주유소 新활용법


전기차 충전 기본…주유소 강점 살린 사업 모델 점차 늘어나

정유 업계가 주유소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최근 주유소 거점 도심항공교통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주유소 활용법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피할 수 없는 흐름에 따라 시장이 급변하면서, 정유 업계가 전통적 기능을 넘은 새로운 방식의 주유소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고민의 결과물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주유소를 '하늘을 나는 택시'의 이착륙장, '중고거래'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장소 등 특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LG유플러스, 제주항공, 파블로항공,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도심항공교통(UAM)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서 GS칼텍스는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UAM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회사가 이러한 시도에 나설 수 있는 건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고,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등 주유소의 강점을 UAM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주유소는 도심을 비롯해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또 천장 공간이 개방돼 비행체가 이착륙하기 쉬워 UAM 거점으로 적합하다고 봤다"며 "버티포트 구축 시 다른 네트워크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GS칼텍스가 주유소를 다른 형태의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건 탄탄한 수익성을 담보하던 주유소 사업이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생존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는 2010년 1만3004개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만1160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오는 2040년까지 주유소 3000여 개 수준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정유 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으로 올해 1분기 역대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지만, 석유를 원료로 하는 사업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비(非)정유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데 있어 주유소의 유리한 조건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GS칼텍스는 주유소를 UAM과 함께 전기차 충전, 수소차 충전, 카셰어링, 드론 배송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으로 육성해나갈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말부터 주유소 유휴 공간을 활용해 차고형 프리미엄 셀프세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다른 정유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말 주유소 유휴 공간을 활용한 실내 셀프세차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가 국내 세차 예약 플랫폼 1위 기업인 팀와이퍼와 함께 준비한 서비스는 차고형 프리미엄 셀프세차장으로, 독립된 공간에서 야간에도 '디테일링'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차고형 셀프세차 사업 모델을 전국 직영주유소를 중심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며, 향후 사업이 안정권에 접어들면 사업 모델을 자영주유소와 주유소 외 공간에도 구축,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9년 주유소 공간을 일반 고객에게 대여형 창고로 제공하는 사업도 실시했다. 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안정성 높은 데다 접근성이 뛰어난 직영주유소에서 안심하고 중고거래를 이용할 수 있는 '블루마켓'을 포함해 공유 주차 서비스, 주유소 특화 편의점, 5G 중계기 설치 등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직영주유소 15곳에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소도 2023년까지 2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도 주유소 플랫폼 사업화를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차별화된 세차 경험을 제공하고, 공간을 활용한 편의 서비스·시설 등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 충전 시설도 확대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경남 김해 신도시 율하지구에 방송인 노홍철이 운영하는 북카페 '홍철책빵'이 입점한 '빵집주유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이 주유소는 정체된 주유소 환경과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랜드마크 역할을 맡는다.

SK에너지는 지난 3월 산업부 분산 에너지 활성화 추진 과제 중 하나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1호점을 열었다. 서울 금천구 박미주유소에 마련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주유소에 태양광·연료전지 등 분산 전원을 설치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는 주유소 기반 혁신 사업 모델이다. SK에너지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에 대한 안전성 입증 및 규제 개선이 이뤄지면 추후 사업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주유소를 미래 전기차·수소차 충전 인프라 설치에 가장 적합한 장소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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