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권의 주주환원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자사주 매입, 배당에 신중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총주주환원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던 금융권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자 금융권에 대손충당금 확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리 인상 영향으로 자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대손 비용이 급증하고 금융안정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대손충당금은 대출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 놓는 적립금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급격한 금리인상 등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겠다"며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내역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대손충당금·자기자본 확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과 대손충당금 미래전망 반영방식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산정할 때 미래 경기 전망 등을 반영하는데 이 기준이 은행마다 달라 편차가 커지는 경우가 있었고, 최선의 기준을 마련해보겠다는 취지다.
금융권에서는 충당금 적립 기준이 마련되면,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총 7098억 원 규모다. 각 지주사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은 1301억 원, 신한금융은 2436억 원, 하나금융은 1701억 원, 우리금융은 1660억 원을 각각 쌓았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배당 등 주주환원책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충당금을 많이 적립할수록 비용이 늘어 은행을 비롯한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줄어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대손충당금 확대와 함께 배당을 줄이라는 분위기를 금융권에 풍기고 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자사주매입, 배당 등은 손실흡수능력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년 동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아왔으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지주들은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경쟁하듯 자사주매입, 배당 등 주주환원책을 내놓았다. 신한금융에 이어 KB금융도 올해 분기배당을 시작했다. KB금융은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까지 올리겠다고 했고, 신한금융도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30%로 제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충당금 적립이 단기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동안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실적을 거둔 것을 주주들에게 환원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시장 상황 검토하면서 자본력을 유지하는 노력과 함께 그에 맞는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