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 총수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민간 활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 속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재계 총수들은 취임식 외빈 만찬에 초청된 데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도 나설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맞춰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신산업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별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17일 정·재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20~22일)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와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 등 회동 기업의 숫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총수들은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식과 외빈 만찬에 참석한 뒤 10여 일 만에 다시 총집결하게 됐다.
이번 회동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와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동참 등을 요청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석 대상은 이미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거나 준비 중인 기업들이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에 맞춰 투자 확대 소식을 전할 가능성도 있다. 조지아주에 70억 달러(약 9조153억 원) 규모 전기차 공장을 건립할 예정인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22일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을 직접 안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도 미국 투자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등에 관해 대화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가석방 신분인 이재용 부회장은 주요 사업장을 챙기지 못하는 등 현장 경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민간 외교관' 역할이긴 하지만,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을 안내하며 사실상 올해 첫 사업적 행보에 나서는 셈이다.
재계 총수들은 향후에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간 주도 성장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경제·산업 정책 추진 과제인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전기차, 차세대 이동통신 등 분야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현대차그룹과 같이 이미 활성화 계획을 세운 기업도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윤석열 정부가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집중 지원하기로 한 6G 분야와 관련해 최근 포럼을 개최하고 리더십 강화를 공언했다. 롯데그룹은 신규법인 설립과 공장 인수 등 신사업인 바이오에 2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재계 위상과 관련한 총수들의 단체적 행동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민간 활력 제고 차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오는 24일 '신기업가 정신 선포식'을 열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 주도로 진행되는 회의는 정의선 회장 등 대기업부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등 스타트업까지 참석해 의미를 부여할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과거에 비해 기업의 역할이 달라졌다"며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지향하는 재계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재계 총수들은 윤석열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에 힘을 보태기 위한 움직임에도 나설 예정이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유치 지원 민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다음 달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하는 등 조만간 유치 지원 활동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총수들의 해외 출장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수년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해외 법인·파트너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상 회복, 새 정부 출범 등이 맞물려 기업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며 한국 경제도 활력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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