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에 한은 금리인상 시계 빨라지나? 불안한 영끌족


한국은행 26일 통화정책회의 개최

오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취임식에 참석한 모습. /더팩트 DB

[더팩트│황원영 기자] 기준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가계 대출 증가와 인플레이션 압박 등 인상 요인이 국내외 안팎에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가속화로 대출 금리도 고공행진하자 부동산·주식 투자를 위해 빚을 낸 금융 소비자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오는 26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지난달 1.5%로 0.25%포인트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오는 26일에도 1.75%로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안정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연준이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과 미국(상단 기준)의 기준금리 차이는 기존 1.0%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좁혀졌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1.5%, 미국은 0.75~1.00%다.

문제는 미국이 오는 6월과 7월 회의에서도 0.5%포인트씩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50bp(bp=0.01%포인트) 인상이 검토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두 차례 모두 0.5%포인트 인상할 경우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 2.0%로 오른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돼 한은이 5월과 7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0.5%포인트 올려야 동률을 맞출 수 있다.

여기에 고공행진하는 물가도 금리인상 요인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은 4.1%로 한은 전망치인 3.1%를 크게 뛰어넘었다. 특히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월 물가가 4.8%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 금통위 역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 초반대로 상향할 전망이다. 제7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은 당분간 물가가 4%대 오름세를 유지하고,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도 지난 2월 전망치( 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2월 한은은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반기 3.5%, 하반기 2.7% 등 3.1%로 예상한 바 있다.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0.50%에서 0.75~1.00%로 한번에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뉴시스

업계 내에서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은행은 최근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6%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JP모건은 한은이 이달을 포함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네 차례 추가 인상해 연말에는 2.5%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역시 최근 리포트를 통해 기준금리가 연말 2.5~3.0%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 등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자부담이 소비 위축과 경기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4.28~6.57%로 집계됐다. 4월 초(연 4.01~6.07%) 대비 한 달 사이 고점 기준 0.50%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 기세가 이어질 경우 상반기 중 7%를 넘어설 수 있다.

한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3000억 원 늘어난다. 한경연이 2006년 1분기~2021년 4분기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분석 한 결과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연체율은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증가했다.

대출 잔액은 사상 최고치를 쓰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 원, 가계대출은 1755조8000억 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1060조2000억 원으로 전달 대비 1조2000억 원 늘어나며 증가전환했다.

한경연은 "계속되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이 불가피하지만 향후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담도 상당할 것"이라며 "가계의 이자부담이 급증하면 소비비가 위축되고 이는 경기 침체를 가속화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wony@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