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1등이 균열을 보이자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연평균 20% 성장을 통해 2030년 330조 원대 시장 규모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 글로벌 OTT 시장이 업계 1위 넷플릭스의 추락으로 위기를 맞았다.
12일 미국 증시 나스닥에 상장된 넷플릭스는 11일(이하 한국 시각) 종가 기준 166.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년 새 최고점이던 지난해 말(11월 17일, 691.69달러)에 비하면 반토막을 넘어 폭락 수준이다. 올해만 봐도 최고점(1월 3일, 597.37달러) 대비 72.2%(431달러) 급감했으며, 지난달 20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주가가 35.12% 폭락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66조6900억 원이 증발하면서 '넷플릭스 쇼크'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부진은 대외적 환경에 따른 가입자 수 감소와 경쟁사의 성장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풀이된다. 지난달 넷플릭스는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한 16억 달러(1조9800억 원)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올해 1분기 누적 글로벌 가입자 수 역시 감소세를 보이면서 2억2160만 명에 그쳤다. 여전히 업계 1위지만 10년 넘게 완만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던 가입자 수 추세가 2002년 서비스 시작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그린 결과다.
소비자의 지지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오징어 게임' 등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올해 구독료 인상과 계정 공유 금지 검토 등 자체 정책을 강화했으나 소비자들에게 냉담한 반응을 이끌면서 여론 악화로 이어졌다.
증권가도 넷플릭스에 어두운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KB증권은 미국 내 넷플릭스 점유율이 지난 2019년 44%에서 올해 28%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웰스파고 역시 "넷플릭스가 누렸던 고성장세가 막을 내리고 경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평가했으며, 제이피모건은 넷플릭스의 목표 주가를 대폭 축소했다.
또한 넷플릭스의 추락은 디즈니+, 로쿠, 파라마운트 등 경쟁사는 물론, 국내 OTT업체들의 주가도 끌어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12일 국내 증시 종가 기준 스튜디오드래곤, 콘텐트리중앙 등은 고점(지난해 11월 17일) 대비 각각 17.12%, 51.57% 감소했다. 과거에 비해 OTT 시장이 크게 성장했지만 안정적인 산업구조를 구축하기보다 여전히 성장주로 꼽히고 있는 만큼, 점유율 1위 업체의 부진이 전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격 경쟁에 따라 단가도 낮아지고 있지만 업체들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킬러 콘텐츠를 매번 찍어내야 하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면서도 "올해 1분기 글로벌 가입자 수가 처음으로 퇴보한 넷플릭스의 경우 아태(아시아태평양)지역은 오히려 유료 가입자가 증가세를 보인다. 한국 콘텐츠 시장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 뚜렷한 만큼 국내 OTT 제작사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12일 미국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르면 올해 4분기부터 유료회원들의 계정 공유 금지를 제도화할 전망이다. 가입자 수가 줄어들자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강경책을 꺼내든 셈이다. 시장과 소비자는 이러한 넷플릭스의 정책 기조가 향후 가입자 수 증감 여부에 어떤 의미로 작용할 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