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성장' 강조한 尹…상견례 마친 5대 그룹 역할 커진다


5대 그룹, 새 정부 기조 발맞춰 투자·고용 방안 고민할 듯

공식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민간 주도 경제 성장을 제시함에 따라 주요 그룹을 이끌며 투자·고용 관련 결정을 내리는 총수들의 역할이 더욱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재계 안팎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라는 기조에 따라 기업 경영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5대 그룹 총수가 취임식에 이어 만찬 행사에 참여한 것을 놓고도 기업이 국정 운영 주요 파트너임이 확인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민간의 역할'을 보여줄 만한 투자 단행, 일자리 창출, 사회적 책임 이행 등의 경제 활성화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전날(10일) 대통령 취임식에 이어 초청 만찬 자리에 참석했다. 대통령 취임식 만찬에 주요 그룹 총수들이 초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만찬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 5대 그룹 총수들과 직접 대면하는 첫 상견례 자리이기도 했다.

재계 총수들은 새 정부 출범에 기대를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강조하는 등 '친기업' 행보를 보인 만큼, 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경제 정책과 관련해 '자유로운 시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5대 그룹 총수들은 향후 윤석열 정부의 국정 비전에 적극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수립 과정에도 경제단체를 통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기업을 국정 운영 주요 파트너로 보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며 "자연스럽게 총수들의 활동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만큼 민간 영역에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은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화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건 '기업의 역할' 또한 커진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특히 주목도가 높은 5대 그룹의 경우에는 규모에 걸맞은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그룹 총수들의 주도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외빈 초청 만찬에서 애국가 연주를 듣고 있다. /뉴시스

재계에서는 5대 그룹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주요 성장 산업으로 거론한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등이 모두 5대 그룹과 관련성이 높다. 최근 5대 그룹은 코로나19,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왔다.

앞서 삼성은 2023년까지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이동통신 등에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추가 투자를 통해 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제기된다. SK도 성장 동력 키워드인 BBC(배터리·바이오·칩)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보급 확대라는 국정 과제에 발맞춰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LG그룹과 롯데그룹 역시 각각 새 정부 미래 전략 산업인 배터리와 바이오 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민간의 역할' 중에서 투자와 함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고용'이다. 이미 주요 그룹은 청년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인 '청년희망ON'에 참여하며 고용 확대를 약속했다. 그룹 총수들이 청년들에게 구직·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크게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 방안을 지속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요 그룹이 소속된 경제단체들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민간의 역할' 확대를 고려한 듯 일제히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사회적 책임 이행 등을 강조했다. 국내 대표 경제단체이자 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상의는 "국가 경제의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사회적 책임 완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단체인 경총도 "과감한 규제 개혁과 노사 관계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앞장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며 "경제계도 더욱 적극적인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다양한 투자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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