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시아나항공 무급 휴직 제도 '악용', 직원 갈등 '증폭'


부서별 차별 휴직 적용에 내부 불만 급등…"무급 휴직 8일은 꼼수의 끝판왕"

아시아나항공이 비용 절감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부서별 무급 휴직제도를 차별적으로 운영해 내부 직원들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아래 왼쪽 작은 사진은 정성권 아시아나항공 대표./더팩트 DB

[더팩트|정문경 기자] 아시아나항공(대표 정성권)이 비용 절감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부서별 무급 휴직제도를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게 차별적으로 운영해 내부 직원들의 반발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더팩트>가 잦은 기종 변경과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한 고의적인 운항 일정 변경 의혹을 단독 보도(2022년 5월 4일 자 <[단독] '고객 감동' 아시아나, 알고 보니 코로나 핑계 '고객 갑질'> 기사 내용 참조) 한 이후 접수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추가 제보를 확인 취재한 결과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실시하고 있는 유·무급 휴직제도의 부서별 차별 적용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내부 분열의 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어려워진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70% 임직원이 휴직을 하고 있다. 직무와 부서별 업무강도에 따라 유·무급 휴직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 달 기준 8일 이내 휴직 시 무급, 8일 이상 휴직 시 유급으로 휴가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경영을 이유로 실시하고 있는 내부 휴직 정책이 상여를 줄이기 위한 '꼼수'로 악용되고 있는 데다 일부 부서에만 비밀리에 특혜를 준 정황까지 드러나 타 부서의 반발을 사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휴직 정책이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 직원 갈등의 핵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김포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더팩트 DB

아시아나항공 내부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 화물팀의 경우 비밀리에 무급 휴직 5일을 시행해 상여 100%를 지급했다. 반면, 근무 강도가 높은 정비팀에서는 유급 휴직은 물론 8일짜리 무급 휴직조차 이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에 고용노동부에 문제를 제기를 하고 나서야 회사 측이 8일 이내 무급 휴직을 시행해 상여금을 받게 됐다"고 내부의 불합리한 휴직제도 운영을 설명했다.

예약영업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회사 내부 관계자들은 고객들의 전화상담 대기 시간이 평균 40분을 넘어갈 만큼 업무가 가중되자 회사 측은 부서 내 직원들에게 유급 휴직 신청을 중단시켰다고 입을 모았다. 무급 휴직의 경우에는 상여금 지급을 고려해 8일을 유지토록 했다. 일이 많은 부서만 더 일을 하게하면서 일한 만큼 보상도 받지 못 하는 조치인 것이다. 전화상담 대기 시간이 다른 항공사에 비해 길어지는 이유 역시 인터넷 예약 후 변경 등이 인터넷으로 안 되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대한항공이나 제주항공 등처럼 고객 편의 위주의 예약관련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면 전화 상담 대기시간이 40분을 넘어갈 만큼 지연되지 않는다.

또 다른 내부 관계자는 "업무가 상대적으로 한가한 부서에서는 절반 이상이 유급 휴직을 하고 있으며 무급 휴직 역시 10일을 하고 있다"라며 "무급휴직 10일을 신청한 직원과 무급휴직 8일을 신청한 직원 간 상여는 동일하다. 이는 유급 휴직도 하지 못하며 무급 휴직까지 피해를 보는 현장, 대고객 부서 직원들에 대한 불공평한 대우"라고 지적했다.

아시아나 사내 임직원 커뮤니티에서도 회사 불공정한 휴직제도 운영과 상여금 꼼수 지급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내부 관계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화물과 정비, 예약영업 등 업무 내용이 서로 다른 부서의 업무 강도에 따라 휴직제도를 철저히 차등 운영해 바쁜 조직은 유급 휴직을 시행하지 않고, 오로지 무급 대상인 8일 휴직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무급 휴직 7일을 할 경우 상여금 100%를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8일을 강제로 유지하게 한다는 것이다.

불공정한 휴직 제도 운영과 상여금 '꼼수 지급'에 대한 비판은 사내 임직원 커뮤니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한 직원은 지난 3일 '2022년 경영 정상화를 대비한 직원들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무급 휴직 8일은 꼼수의 끝판왕"이라면서 "직원들은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경제적인 고통 분담을 하며, 현재는 무급 휴직을 8일로 정하는 꼼수를 당하며, 상여를 75%만 받는 고통 분담을 해오고 있다. 줄어든 월급에 젊은 직원들은 회사를 탈출하고 있고, 남아있는 직원들은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가정의 불화와 자존감 하락, 줄어드는 애사심을 경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무급 휴직 8일은 꼼수의 끝판왕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차별적 휴직 정책을 비판한 내부 직원의 글./독자 제보

회사가 최근 받아든 경영성적표 역시 상여 정상화를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에 설득력을 더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여객사업 대신 화물사업의 전환과 대응으로 영업이익이 4565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20년 영업손실 631억 원을 기록한 것과 대비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눈물겨운 희생을 바탕으로 사업적 성과를 끌어낸 것이다.

이러한 수익 안에는 무엇보다 비용을 절감시킨 노력이 크다. 매출 원가를 감소시킨 노력에 더해, 인건비가 포함되는 판관비(판매비·관리비)의 절감도 한몫을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원가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40% 감소했다. 판관비 또한 60% 줄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600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년 영업손실 886억 원 대비 흑자 전환하는 것이다. 매출액 또한 1조33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인건비는 매각 혹은 매각 예정된 사업을 포함해 7042억5208만 원으로 전년 대비 8.1% 감소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측은 직원들의 노력을 격려하기는커녕 오히려 상여 지급을 줄이는 방법 모색에 골몰하는 모양새여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말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한 대한항공과도 큰 대조를 보인다. 같은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직원들의 비용 절감 노력과 화물 운송 방식 등으로 실적이 회복되자 경영성과급 기준요건에 따라 이익분배금(PS) 및 실적장려금(PI) 지급요건이 충족됐다며 3년 만에 230%의 경영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휴직제도 운영에 대한 내부 비판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현재 비행기를 평균 15편 운항하고 있는 상황이라 현장직, 공항 직원, 승무원, 조종사 구성원은 휴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현장 직원은 대부분 휴직하고 있고, 본사 사무직은 부서별 따라 유·무급 휴직을 상이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에 따라 부서별 특징에 맞게, 취업 규칙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급휴직 제도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따라 기존 15일에서 10일, 8일로 점차 줄여나간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jmk010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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