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정문경·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정소양 기자] 한낮에는 덥다가 밤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한 주였습니다. 경제계에서도 안정을 보이는 듯하다 이따금 생기는 이슈들로 찬기운을 느낀 한 주였죠. 이번 [TF비즈토크]에서는 먼저 건설업계에서 주목받은 HDC현대산업개발의 '파격 결단'을 다루겠습니다. 정몽규 회장은 광주 화정동의 8개동을 모두 철거하고 새 아이파크를 짓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결단이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막고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금융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가상자산 서비스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일부 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이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지분을 동반매각하기로 한 첫째 동생 구미현 씨가 돌연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철회했는데요. 구본성 전 부회과 구미현 씨의 균열 조짐이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 정몽규 HDC 회장의 결단···기업가치 하락·브랜드 이미지 추락 막고 반등 기회 잡나
-먼저 건설업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한 주 건설업계에서는 아파트 붕괴로 벼랑 끝에 몰린 HDC현대산업개발의 '파격 결단'이 주목을 받았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 화정 아이파크 관련 긴급 추가대책을 발표했죠.
-맞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4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정동의 8개동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운 아이파크를 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파트 전체동을 전면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네. 외벽 붕괴사고가 난 것은 화정 아이파크 201동인데요. 그간 사고 수습을 두고 부분 철거, 전체 철거 등 다양한 방법이 거론됐죠. 결국 정 회장은 사고가 일어난 동을 포함해 모두 철거하고 아파트를 새로 짓겠다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재시공까지 들어가는 시간은 70개월, 손실비용은 3700억 원으로 추산했습니다. 손실액은 HDC현대산업개발의 1분기 영업이익의 5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이런 파격의 결단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업가치 하락과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사고는 지난 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일어났습니다. 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자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견디다 못한 정 회장이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사고 4개월이 되도록 입주 예정자를 위한 보상안도 나오지 않자 입주민들의 불안감도 폭발 직전까지 커져갔고요.
-사고를 계기로 '아이파크 보이콧'이 전국에서 퍼지고 있다죠.
-그렇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월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요구를 수용해 사업 시공과 브랜드 적용에서 빠졌습니다. 지난 3월에는 경기도 광명1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에서도 제외됐고요.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 2차 신축 공사 계약도 잃었습니다. 이외에도 부산 시민공원3구역 재개발사업, 둔촌주공, 뉴타운맨션 삼호아파트 등 HDC현대산업개발을 퇴출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정 회장 역시 추가대책을 발표하며 "사고가 일어난 지 4개월에 접어들었지만 유명을 달리한 근로자 가족들의 보상 이외에는 국민 여러분들께 체감할만한 수준의 사고 수습 모습을 보이지 못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면서 "피해 보상을 위한 대화를 이어왔지만 입주 예정 고객의 불안감은 커져갔고, 회사 역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가치와 회사에 대한 신뢰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결단이 만신창이가 된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막고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까요
-답은 '글쎄' 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선 '고육지책'을 선택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환영한다고 했지만 광주의 시민단체들은 "영업전략"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원희룡 후보자는 지난 4일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전면 철거 재시공'이라는 고뇌에 찬 결단이 우리나라의 안전 문화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존폐 위기를 맞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업전략 차원에서 내려진 것"이라면서 "영업정지 또는 업계 퇴출을 요구한 국토부의 방침에 따라 진행될 서울시의 행정조치에서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유도하려는 의도된 행동일 것"이라고 날선 목소리를 냈습니다.
소비자 반응도 싸늘합니다. "당연한걸, 당당하게? 앞으로는 정직하게, 안전하게 짓도록 해라"(leeh****) ,"면허 취소하고 손 떼는 게 맞는 듯"(solo****) 등 대부분이 부정적 일색입니다.
-정 회장의 고육지책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군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이네요.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로 피해를 입은 입주민과 광주시 사고 피해자들 모두가 만족할 만한 보상을 마련하는 동시에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삼중과제'를 풀어야 합니다. '자기 살을 내주고 상대방의 벼를 자른다'는 뜻의 육참골단의 각오가 필요한 시점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