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 해외 명품만 날았다…패션, 올해 분위기는 다를까


샤넬·디올 등, 국내 패션 시장 침체기에도 영업이익 급증

최근 주요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실적 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뿐 아니라 디올, 펜디 등 다수의 명품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영업이익을 개선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시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백화점 오픈을 기다리는 고객들. /이새롬 기자

[더팩트│최수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외활동이 줄어들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자 패션업계가 2년째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토종 패션 브랜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에 반해 해외 명품은 한국 시장에서 수차례 판매가를 인상하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실적 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우선,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로 묶이며 명품 시장의 핵심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2238억 원, 영업이익 248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31.6%, 66.9% 증가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디올)의 지난해 매출은 6138억 원, 영업이익은 2115억 원이다. 매출은 86.8%, 영업이익은 102.01% 급증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4681억 원으로, 전년(1조468억 원) 대비 40.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019억 원으로, 151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2020년과 비교하면 98.7% 급증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5275억 원, 영업이익 170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9%, 영업이익은 27.8% 늘었다. 펜디코리아의 경우 매출 1234억 원, 영업이익 101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56.8%, 영업이익은 44.3% 개선됐다.

이에 따라 '에루샤' 브랜드가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총 매출은 3조2194억 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7213억 원이다.

이들의 실적 개선은 '가격 인상'의 영향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는 코로나19 여파로 민간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도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해왔다. 실제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5번, 샤넬코리아는 4번에 걸쳐 스테디셀러 제품의 판매가를 높였다.

구찌코리아는 한국에서 정확한 매출과 영업이익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구찌 역시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관측한다. 구찌코리아는 2020년 회사 구조를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하며 공시 의무를 피했다. 주식회사 등에 대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과 비슷한 시기에 이 같은 결정을 해 일각에서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픈런, 노숙런 등이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으며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반면 패션 사업을 중점으로 전개하는 국내 기업의 경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할 때 실적이 크게 위축됐다. 토종 패션 브랜드를 키운 패션그룹 '형지'의 주요 패션 계열사인 형지I&C는 지난해 매출 655억 원과 영업손실 4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고 손실 규모는 더 확대됐다. 형지의 또 패션 계열사인 까스텔바작의 연결기준 매출은 747억 원, 영업손실은 43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개선됐으나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토종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세정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리비아로렌, 인디안 등 사업을 영위하는 세정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963억 원, 영업손실 40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감소했고 영업적자는 확대됐다. 다만, 별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26억 원으로 적자를 벗어났다.

삼성물산패션연구소의 '2022년 패션 시장 전망 및 2021년 패션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의복, 신발, 가방 합산) 소매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성장했으나 여전히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연구소는 "올해 패션시장 규모는 전 복종에서 일제히 플러스 성장을 보이며 전년 대비 4.4% 성장한 약 37조 원 규모로 예상한다"며 "다만, 2020년 시장이 11.1% 역신장한 점을 감안하면 아직 2019년 수준을 하회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리두기 해제로 분위기는 확실히 지난 2년과 달라졌다"며 "특히, 사적모임 인원제한도 풀리고 사무실 출근도 늘어나는 추세라 그간 미뤄온 야외복 구매 등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기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해외 명품을 제외하고는 의류, 신발 등 대부분의 국내 패션 시장이 어려웠는데 올해는 회복세에 접어들지 않겠냐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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