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민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아파트 붕괴 사고'로 번진 '아이파크 보이콧'을 뚫고 신규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미 확보해둔 사업지에서 '시공사 교체' 등 목소리가 나오면서 위기감은 여전하다는 평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상계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상계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4일 정기총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계약 체결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안건 의결은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선정된 후 정식계약 체결을 앞두고 진행됐다.
상계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은 지하 5층 ~ 지상 25층 아파트 1388세대를 신축하는 사업으로 도급공사비는 2930억 원 규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신뢰를 보여주신 조합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사업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주거 단지를 만들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노원구 월계 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월계동신아파트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지난 1983년 지어진 총 864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이번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최고 25층 총 14개 동에 1070세대와 부대 복리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2,826억 원 규모다.
같은 달 안양시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일대 6만2557㎡ 부지에 지하 3층~지상 32층, 공동주택 15개 동, 1305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4174억 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사고 후 신규 수주에 총력을 다하는 배경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영업정지 전까지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HDC현대산업개발은 입찰 참가 등 건설사업자로서 영업활동을 할 수 없다. 다만 행정처분을 받기 전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관계 법령에 따라 인·허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의 경우는 계속 시공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재개발구역 철거 공사 중 근로자 9명이 사망한 '광주 학동 참사'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에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법원이 HDC현대산업개발이 신청한 행정처분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1심 판결 전까지 '영업정지' 처분 효력이 중단됐지만 광주 아이파크 붕괴에 대한 추가 처분 등이 남아있다.
시간을 버는 데 성공한 HDC현대산업개발이지만,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아이파크 보이콧'으로 '집토끼'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다. 최근 전국 다수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 이문3구역 재개발 조합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이달 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 퇴출을 논의한다. 부산 금정구 서금사촉진A구역은 지난 19일 총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8일에는 1조971원 규모의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 2차 신축공사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공사 중단 사태를 겪고 있는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도 최근 시공사업단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시민공원3구역 재개발조합 역시 내달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도급 계약 해지를 위해 총회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HDC현대산업개발과 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한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시공사 재선정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시공권을 잃은 사업장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4일 '광주 곤지암역세권 아파트 신축공사'에 대해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월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요구를 수용해 사업 시공과 브랜드 적용에서 빠졌으며 지난 3월에는 경기도 광명1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에서도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잠시간 (처분의) 집행을 유예받은 것이기 때문에 그사이에 되도록 많은 일감을 따놓아야 한다"며 "잠잠해지는가 했던 아이파크 보이콧이 처분을 시작으로 다시 거세지고 있다. 최대한 기존 사업지를 잃지 않는 선에서 신규 수주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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