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이 새로운 수익원이자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데다 지속가능경영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하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진출만큼 정착도 중요하다. 리딩금융 라이벌인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은 글로벌 성과를 놓고도 다투고 있다. 이들의 해외 진출 성과를 <더팩트> 취재진이 살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KB금융그룹은 KB국민은행을 필두로 해외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KB금융 전체 해외사업 네트워크의 80% 이상이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 가운데 지난해 KB국민은행의 해외사업은 위기를 맞았다.
'리딩뱅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은행의 지난해 해외법인이 대체적으로 호실적을 거두며, 4대 시중은행 중 1위를 수성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취임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과제 중 하나는 지난해 고꾸라진 해외사업의 실적을 개선하는 것으로, 이 행장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은행의 해외법인 6곳이 벌어들인 순이익 단순합계는 -506억8000만 원이다. 이는 2020년 902억 원 대비 적자전환한 수치로, 전년 대비 156.2% 감소했다.
다만,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보유 지분율은 67%로, 실제 국민은행 연결재무제표에 계상되는 부코핀은행 순손실은 1825억 원이다. 이를 반영할 경우 지난해 국민은행 해외법인 전체 순이익 합계는 약 390억 원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캄보디아, 중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6개 지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미얀마는 KB금융 차원에서 역점을 두고 육성하고 있는 해외사업 거점이다.
◆코로나19 확산·국가비상사태 등 영향에 수익 악화…"악재 돌파할 것"
지난해 KB국민은행 해외법인들은 대부분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제외하곤 KB캄보디아은행, KB중국은행,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캄보디아), 부코핀은행(인도네시아), KB미얀마은행 등 모두 자산이 전년보다 늘었다.
KB국민은행 해외법인 자산총액 단순 합계는 2020년 13조7212억9700만 원에서 지난해 16조7184억7800만 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이들 법인들의 순이익은 제각각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KB캄보디아은행은 지난해 116억9400만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54억9900만 원) 대비 112.66%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KB중국은행도 139억6700만 원에서 0.69% 오른 140억6400만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지난해 2053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2020년 1183억원 대비 73.52% 성장한 수치다.
반면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와 부코핀은행은 적자 폭을 키웠다.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는 지난해 62억49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3억8800만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었지만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부코핀은행도 지난해 2725억26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434억200만 원의 순손실 대비 약 5배 정도 적자가 더 불어났다. 다만 KB국민은행의 부코핀은행 보유 지분율은 67%로, 실제 국민은행 연결재무제표에 계상되는 부코핀은행 순손실은 1825억 원이다.
2020년 신규 설립된 이후 본격적으로 영업활동에 들어간 KB미얀마은행도 지난해 30억500만 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영업 첫해인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와 관련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경우 건전성이 열위한 은행임을 인지하고 지분인수 작업을 진행했으며, 경영권 인수 이후 부코핀은행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인식하고 자체 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추진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인도네시아 경제 전반에 코로나19의 영향이 확산되면서 경영정상화 작업이 기대만큼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난해 12월 총 5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주주들의 초과응모(over subscription)로 성공적으로 완료되는 등 KB국민은행의 경영권 인수 후 시장의 평가가 긍정적이며, 인도네시아 금융당국도 KB국민은행을 통한 부코핀의 경영정상화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영적 악재들을 돌파하여 경영정상화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지역의 경우 국가비상사태와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KB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앞선 관계자는 "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법인의 경우 국가비상사태 선포 및 코로나19 영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우량고객 위주로 제한적인 영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회수가 잠정적으로 불가능한 지역에 한해 원리금 추가 유예를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기존 파출 수납 중심의 원리금 회수 방식에서 비대면 채널을 통한 원리금 회수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KB미얀마은행의 경우 필수적인 업무로 위주 제한 영업 중"이라며 "향후 서방 국가의 제재 확대 가능성 등을 감안하여 선별적인 영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국가비상사태의 정상화를 대비하여 디지털플랫폼 인프라 구축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