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황원영 기자]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퍼진 한 주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입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8일부터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거리두기 해지는 2020년 3월 이후 2년 1개월, 정확하게는 757일 만입니다. 벌써부터 미뤄둔 모임·행사가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은 경제계도 분주한 모습입니다. 이번 주 가장 분주한 그룹은 쌍방울이 아닐까 싶습니다. 쌍용차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는 물론, 주식시장까지 들썩였는데, 자금력·주가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항공업계도 바빠졌습니다. 거리두기 해지로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듯 늘 전망인데요, 코로나19 기간 구조조정과 대량휴직 등으로 힘든 시절을 보낸 만큼 기대감이 큽니다. 다만, 국제유가와 환율이 고공행진 하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실정입니다. 카카오는 보험업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앞세워 또 한 번 시장을 흔들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 '다사다난' 쌍방울그룹, 우려가 현실로…쉽지 않은 '완주'
-지난 한 주 유통은 물론 재계, 증권까지 전 산업계의 이목은 쌍방울그룹에 쏠렸습니다. 소비자에겐 '속옷 기업'으로 친숙한 쌍방울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게 계기였습니다. 속옷 명가 쌍방울이 왜 쌍용차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을까요?
-쌍방울그룹의 본업은 속옷이지만, 특장차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광림'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인수합병(M&A)을 시도해왔습니다. 비록 무산됐지만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시도했고, 올해는 쌍용차 인수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 말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되자, 곧바로 쌍방울그룹 측이 인수 의향을 밝혔습니다. 쌍방울그룹은 인수희망자 모집 공고가 나온 당일 가장 먼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는 등 쌍용차 인수에 발 빠르게 대응해왔습니다.
-속옷과 전혀 연관이 없는 자동차 회사를 인수한다니 시장의 기대만큼이나 걱정이 큽니다. 무슨 전략일까요.
-코로나19 발발 이후 디지털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r) 현상'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M&A를 진행하고 있고요. 쌍방울 역시 그룹 전체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쌍용차 인수에 나서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특히, 본업인 속옷 사업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점이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쌍방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15억 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냈습니다. 여기에 더해 쌍용차와 계열사 광림간 발생할 시너지는 당연한 것이고요.
-좋은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다면서요.
-네. 최근 일주일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시장에서는 쌍용차를 인수할 자금이 충분한지 주목하고 있는데요. 자금력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자 일각에서는 "자금이 없어 인수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주식 매도를 통한 차익실현을 위해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했습니다. 쌍방울그룹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펄쩍 뛰었지만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았죠.
쌍방울그룹은 지난 11일 '근거 없는 소문과 가짜뉴스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는 내용으로 성석경 광림 대표 명의의 호소문까지 냈습니다. 일각의 풍문과 일부 언론의 오보 등으로 기업의 명예와 주주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어 인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그룹 측이 직접 호소문까지 낼 정도라면 인수 의지가 얼마나 높은지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자금력 논란이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을까요?
-결국 쌍방울그룹이 염려한 문제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쌍방울그룹의 쌍용차 인수에 참여하기로 한 KB증권이 지난 12일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이에 자금력 싸움에서 경쟁사에 밀릴 가능성이 있는 쌍방울그룹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관심이 높아졌죠. 쌍방울 측은 KB증권 외에도 다양한 기업투자자들과 논의하고 있으며, 자체 자금 조달도 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15일에는 쌍방울그룹의 매수자문사 삼일회계법인까지 이번 인수전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인데요. 투자자를 놓친 데 이어 매수자문사까지 빠지면 인수 과정에 다시 브레이크가 걸리게 됩니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아직 우리 쪽으로 연락이 온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산 넘어 산인데, 쌍방울그룹이 쌍용차를 품을 수 있을까요?
-지켜봐야 하겠지만, '중도 포기'는 없다는 게 쌍방울그룹 측의 입장입니다.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우선 인수 진정성은 갖췄다는 게 시장의 평가입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당초 목표로 제시한 '완주'도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쌍방울그룹 외 쌍용차 인수 의지를 타진한 곳은 어디인가요?
-현재 시장에서는 쌍방울그룹과 KG그룹, 파빌리온 프라이빗에쿼티(PE) 등 3곳을 유력 인수 후보로 꼽고 있습니다. 쌍용차는 5월 중순 조건부 인수제안서를 접수하고 심사를 거쳐 조건부 인수 예정자를 선정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