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KG그룹과 쌍방울그룹의 2파전 양상이었던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국내 사모펀드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가 참여하기로 했다. 이로써 쌍용차는 3파전으로 흘러가게 됐다.
17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파빌리온PE는 지난 11일 제한 경쟁입찰 방식의 '스토킹 호스' 입찰 절차에 참여한다는 인수 사전의향서를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에 제출했다. 스토킹 호스는 인수 예정자를 미리 선정해 놓고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한다. 입찰 무산 시 인수 예정자에게 매수권을 주는 매각 방식이다.
파빌리온PE는 오는 18일 공식적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파빌리온PE 관계자는 "파빌리온은 쌍용차의 장기적인 자구회생에 목표를 두고 M&A를 위한 사전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며 "현재 이에 걸맞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빌리온PE는 윤영각 회장이 지난 2016년 1월 설립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삼정KPMG 대표이사 회장을 거친 윤영각 회장은 1세대 투자 전문가로 일컬어진다. 윤 회장은 현재 파빌리온인베스트먼트와 엠씨파빌리온대체투자의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쌍용차의 사외이사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파빌리온PE는 지난해 9월 전기차 기업 이엘비앤티(EL B&T)와 컨소시엄을 만들어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었으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밀린 바 있다. 이번에는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국내 대형 금융기관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파빌리온PE가 쌍용차에 계속해 관심을 두는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 쌍용차는 회생 채권 및 회생 담보권 8352억 원, 공익채권 7793억 원 등 1조5000억 원가량의 빚이 있다. 인수 이후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는 매년 운영자금도 3000억 원가량이 필요하다. 쌍용차는 과거 중국 상하이자동차, 인도 마힌드라 등 두 차례 해외 자본에 매각됐으나 경영정상화를 이뤄내지 못 했다.
쌍용차 인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만성적자와 부채 상환 등을 감안할 때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2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금 대비 극대화된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특성 상 쌍용차 인수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다.
파빌리온PE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쌍용차를 노리는 이유는 쌍용차가 보유 중인 자산가치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쌍용차는 평택 시내에 인접해 있는 85만㎡(약 25만7000평)의 공장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부지의 가치는 현 시점 1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평택공장 부지만 팔아도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지 용도 변경이 이뤄지면 부동산 가치는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쌍용차 평택공장 주변은 GS건설과 포스코건설, 동문건설 등이 지은 아파트 1만 가구 이상이 들어선 주거밀집지역이다. 공장 바로 앞에 위치한 '평택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 1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84㎡은 최근 4억 원가량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라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까지 차로 10분 안에 갈 수 있는 데다, 평택시 인구 증가 속도가 빨라 개발 후 주택 수요 등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기준 평택시의 인구는 56만8405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앞서 쌍방울그룹(광림 컨소시엄)과 KG그룹은 인수 사전의향서를 EY한영에 제출한 상태다. 광림 컨소시엄에는 쌍방울그룹의 광림·쌍방울·나노스와 KH그룹의 KH필룩스가 참여한다. KG그룹은 동부제철 인수 당시 손잡았던 사모펀드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다.
쌍방울그룹은 앞서 주가조작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올랐으나 쌍용차 인수에 있어 진정성을 내비치고 있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현재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진정성을 가지고 인수에 참여하고 있다"며 "쌍용차와의 시너지로 많은 것들을 창출할 수 있는 만큼 중도하차 없이 최선을 다해 완주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KG그룹은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들 중 자금 부분에서 우월함을 과시하고 있다. 국내 최초 비료회사인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을 모태로 하는 KG그룹은 KG케미칼과 KG스틸, KG ETS, KG이니시스, KG모빌리어스 등 5개 상장사와 10여개의 비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사실상 지주회사인 KG케미칼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636억 원, 유동자산은 1조8855억 원 수준이다.
KG그룹 관계자는 "충분한 실탄을 보유했고 쌍용차 인수 의지도 확고하다"면서 "쌍용차의 완성차 제조능력과 KG그룹 각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충분한 역량 발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5월 중순 조건부 인수제안서를 접수하고 심사를 거쳐 조건부 인수 예정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매각 공고는 5월 하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6월 말 최종 인수 예정자를 선정하고, 7월 초 투자계약을 체결해 7월 하순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관계인 집회와 회생계획안 인가는 8월 말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다수의 인수의향자가 있는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재매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