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잔뜩인데'…HDC현산 주가, 의외로 견고한 까닭은?


'악재 해소' 견해 다수…"투자는 신중해야"

광주 학동 재개발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서울시는 HDC현대산업개발에 도합 1년 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윤정원 기자] 1년 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가 의외로 견고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악재가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불거지지만 소송전을 지켜보며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다.

◆ 오는 18일부터 영업정지 예고…국세청 세무조사까지

서울시는 13일 HDC현대산업개발에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으로 8개월의 추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작년 6월 9일 발생한 광주 학동 재개발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에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영업정지 기간은 오는 18일부터 12월 17일까지로 예정돼 있었으나 기간이 8개월 더 늘어날 처지에 놓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2일 서울시로부터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와 관련해 토목건축공사업 처분사전통지서를 받았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올해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 공사 중이던 주상복합아파트 외벽이 붕괴되며 노동자 6명이 사망한 데 따른 시의 조치다.

시의 처분 내용은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이다. 시는 HDC현대산업개발에 오는 29일까지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와 관련한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처분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라고 통지했다. 시는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제출한 답변과 함께 국토교통부와 검찰 조사 등을 지켜본 후 최종 행정처분을 확정할 계획이다.

여기에 국세청은 등록말소 위기에 놓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국세청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 직원들을 파견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해당 조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사4국은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위기요인은 내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멘트와 골재, 철근 등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대외 악재까지 겹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나 뛰었다. 국제유가와 더불어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건설투자는 당초 올해 2%대의 성장이 전망됐지만 향후 조정이 예상된다.

◆ 주가 도리어 상승세 마감…"악재 해소" 견해 '솔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현대산업개발의 주가 하락 폭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13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전일 종가(1만4700원)보다 2.38%(350원) 상승한 1만5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주사인 HDC 또한 전 거래일 종가(7110원) 대비 0.98%(70원) 오른 718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앞서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양일간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급락세를 면치 못 했다. 28일 국토교통부가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이유로 현대산업개발에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내릴 것을 시에 요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28일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26% 떨어졌고, 29일에도 5.86% 하락하며 마감했다.

하지만 여파도 잠시, 30일 HDC현대산업개발은 2.95% 상승 마감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로 10거래일동안 등락을 반복하며 1만4000원 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오름폭보다 내림폭이 커 전반적으로 거래가격은 내려가고 있으나 눈에 띄는 하락 수준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하락 폭이 제한되는 것을 두고 대형 악재는 해소됐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 등에도 "가장 심각했던 사고 당시보다 주가가 더 빠지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행정불복소송 가면 대법원까지 3년이다. 악재는 선반영됐다고 봐도 된다", "바닥은 이미 짚은 것 같은데 슬슬 들어가 볼까?"라는 식의 댓글이 상당수 보인다.

실제 시의 행정처분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HDC현대사업개발은 법원에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영업정지 처분을 미뤄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소송전에서 대형 로펌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총력전을 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영업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행정처분 취소소송 판결시까지 영업활동에는 영향이 없다"면서 "행정처분을 받기 전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관련법령에 따라 착공한 건설공사의 경우 계속 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13일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공문에 기재된 바에 따라 과징금 처분 변경 요청을 할 예정이며, 추가 대응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며 "향후에도 직원, 협력사, 고객과 투자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여 신중하게 사고 수습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13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전일 종가(1만4700원)보다 2.38%(350원) 상승한 1만5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더팩트 DB

◆ 기존 발주처 도급계약 해지 가능성도

결국 주가 향배는 소송전 진행 상황에 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섣불리 판단하기보다는 전반적인 판세를 읽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고 이후 경기도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현장과 같은 신규수주 사례가 생겼지만 영업정지 통보 이후 기존 발주처의 도급계약 해지 가능성이 있다"며 " 붕괴 사고가 일어난 구축물 뿐만 아니라 추가 재시공 판정이 있을 경우 관련 비용 발생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조 원 규모의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 2차 신축공사 계약이 해지됐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해당 사업 규모는 1조971억9000만 원으로, 지난 2017년 매출액의 20.4%를 차지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3월 경기도 광명1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에서도 제외됐다. 지난 2월에는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요구를 수용해 사업 시공과 브랜드 적용에서 빠졌다.

아울러 서울 노원구 상계1구역 재개발 조합은 14일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본계약 체결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경기 안양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계약 해지를 오는 21일 예정된 정기총회를 통해 결정한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또한 지난 5일 시에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하는 공사 발주자에 시공사 교체 권고를 요청했다. 조합은 안전이 우려되는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제25조를 들며 "시공사의 작업하중 관리부실로 PC구조체에 심한 균열이 발생했고 바닥 처짐 등의 현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14일 시가 처분한 영업정지 8개월(부실시공 부문) 행정처분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HDC현대산업개발의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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