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손 놓은 KB증권…유진투자증권도 쌍용차 인수전서 발 빼나


"결정된 것 없다…모든 가능성 열려 있어"

KB증권이 쌍방울그룹에 제공하기로 했던 쌍용자동차 인수자금 조달 의사를 철회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KB증권이 쌍방울그룹에 제공하기로 했던 쌍용자동차 인수자금 조달 의사를 철회했다. 쌍방울그룹의 쌍용차 인수까지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금 한 축을 담당하는 유진투자증권 역시 쌍용차 인수전 참여 의사를 거둘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 KB증권 "리스크 확대 우려…LOI 법적 구속력 없어"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담당부서 임원회의를 통해 투자를 접기로 했다. KB증권 측에서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함이라며 최대한 에둘러 말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KB증권이 주가 조작 의혹을 받는 쌍방울의 구원투수로 나서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KB증권은 쌍용차 인수를 위한 쌍방울 그룹의 자금조달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금융참여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다만 추가적인 내부 논의 과정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 선제적으로 철회의사를 전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당사가 제출한 금융참여의향서(LOI)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으며, 그 제출 역시 딜을 제안하는 초기 과정의 절차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부연했다.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를 추진하면서 시장에서 일었던 가장 큰 의구심은 자금 조달 능력 부문이었다. 이에 쌍방울그룹 측은 KB증권과 유진투자증권 2곳에서 4500억 원을 확보했다며 인수 추진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KB증권이 계획을 철회하면서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는 큰 장애물을 맞닥뜨리게 됐다.

일각에서는 유진투자증권 역시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도 대두하고 있다. 현재 유진투자증권에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자금조달에 관해서 협의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답변했다.

쌍방울그룹 측은 쌍용차 인수전 참여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KB증권을 통한 인수자금 외에도 운영자금이라든지 더 필요한 부분들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기관쪽과도 계속해 접촉을 유지해왔다"면서 "현재는 인수전을 시작하는 단계이지 않나. 당장의 자금 공백은 있을 수 있으나 기관 투자자들을 통해 인수전 참여는 문제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인수자금 조달 철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진투자증권에서는 우리쪽에 전혀 그런 의사를 알리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유진투자증권 측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팩트 DB

◆ 쌍방울그룹 계열사 '널뛰기'…주가 조작 논란 '일파만파'

최근 쌍방울그룹은 널뛰는 계열사 주가로 인해 투자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쌍방울 주가는 지난달 31일부터 3거래일 동안 108.3% 치솟았다. 이후 3거래일 간은 30% 넘게 떨어졌다. 쌍방울그룹의 계열사인 나노스, 미래산업, 광림, 아이오케이 등도 주가 널뛰기를 지속하는 추이다.

주가 급등세 속에 쌍용차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한 것은 비난 여론의 화력을 높였다.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미래산업은 지난 4일 보유 중이던 아이오케이 주식 647만6842주를 124억1479만 원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평균 매각가는 1917원 수준으로, 쌍용차 인수전 참여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기 전날인 31일 종가 1235원과 비교해 55%가량 높다.

취득 단가를 따져보면 사실상 손실을 보고 판 것이 맞다. 하지만 쌍용차 인수전 참여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던 와중에 나온 물량이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차익을 실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쌍용차 인수 호재를 틈타 쌍방울그룹이 차익을 거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8일 쌍방울그룹 계열사 광림은 제2·3·6회차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전환청구 주식수는 1130만8248주로 발행주식의 14.50%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목할 부분은 제6회차 물량이다. 579만7468주가 청구된 6회차 CB는 2020년 5월 쌍방울 계열사인 인피니티엔티의 자회사 디모아를 대상으로 발행된 사채다.

6회차 CB의 전환가액은 발행 당시 1875원이었지만 주가 하락에 따라 리픽싱을 거쳐 1580원까지 낮아졌다. 전환청구 물량은 오는 26일 상장할 예정으로, 8일 광림의 종가인 3480원과 비교하면 디모아는 주당 1900원, 약 110억 원의 차익을 챙길 전망이다.

쌍방울그룹 측은 전환청구 역시 차익실현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당 전환사채권과 관련해 제3자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는 설명이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광림이 발행한 6회차 CB의 맨 처음 인수자는 디모아였지만 지난해 4월경 디모아는 제3자와 매매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디모아와는 관계가 없는 사채권"이라면서 "항간의 우려와는 달리 자사가 보유한 지분은 없다"고 말했다.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에 대한 의지와 함께 권한과 책임 역시 모두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더팩트 DB

◆ "사채업자 조폭 출신" 김성태 전 회장 비난까지 재점화

현재 쌍방울그룹 관련 기사 등에는 "쌍방울 세무조사하고 상장폐지 시켜야 한다", "쌍방울그룹의 주가 조작 가닥이 잡히면 퇴출시켜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손을 봐야 한다", "작년에도 이스타 인수한다고 하림하고 돌아가면서 상연상 띄우고 패대기쳤지 않나" 등 비난이 봇물 넘치듯 한다.

쌍방울그룹은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며 계열사 주가의 등락을 이끈 바 있다. 당시 이스타항공이 '스토킹 호스' 방식을 고수하며 쌍방울그룹은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지만 주가 상승 효과를 누린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쌍방울의 오너가 사채업자 조폭 출신"이라며 비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질적 지배자'로 일컬어지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호남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회장은 2010년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조폭 조직원들과 공모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2014년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회장은 2015년 불법 대부업 혐의로도 기소됐다.

쌍방울그룹과 김 전 회장은 대장동 의혹에도 연루된 전적이 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착한이인베스트가 2018년 쌍방울 CB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화천대유 자금 100억 원이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착한이인베스트는 김 전 회장이 지분 40%를 보유한 곳이다.

다만 쌍방울그룹 측은 김성태 전 회장에 대한 경영 관여 의혹에 대해 단호한 목소리로 해명하고 있다.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은 지난해 <더팩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성태 전 회장의 경영 능력을 보고 지난 2014년 직접 대표로 추대했다"며 "실질적 지배자라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한편, KB증권의 철회 소식이 전해진 12일 쌍방울은 전 거래일 대비 16.42% 떨어진 794원에 장을 마쳤다. △광림(-25.33%) △비비안(-5.85%) △아이오케이(-5.24%), △나노스(-3.05%) 등도 하락 마감했다. 모두 쌍방울그룹 관련주로 묶이는 종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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