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만큼 구하기 어려운 편의점 3사 '채식 간편식' 알고 보니


"채식 간편식 발주할수록 손해"

20·30세대 전통 상권인 신촌 일대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 네 곳, GS25 네 곳, CU 두 곳을 포함해 총 열 곳의 편의점을 찾아다닌 결과, 당일 구한 채식 간편식 제품은 GS25 제품 두 종뿐이었다. /김미루 인턴기자

[더팩트ㅣ김미루 인턴기자] MZ세대 중심으로 '채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국내 주요 편의점들이 채식 간편식 메뉴를 출시하고 있지만, 일부 편의점에서는 최근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SPC의 '포켓몬스터 빵'만큼이나 구매가 쉽지 않았다. 판매량이 저조해 발주하지 않는다는 게 점주들의 설명이다.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 3월 29일 20·30세대 상권인 신촌 일대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 네 곳, GS25 네 곳, CU 두 곳을 포함해 총 열 곳의 편의점을 찾아다닌 결과, 당일 구한 채식 간편식 제품은 GS25 제품 두 종뿐이었다. 이날 찾은 제품은 GS25의 '전주비빔 삼각김밥'과 '피자품은 수제교자'다.

편의점들은 채식 간편식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CU는 지난 3월 15일에도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 5탄을 출시했다. 2019년 말 업계에서 처음으로 채식 간편식을 선보인 데 따른 적극적인 행보다. 종류는 도시락과 삼각김밥, 햄버거 등이다. CU는 출시 약 3년 만에 채식 간편식 누적 판매량 500만 개를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말 아예 자체 채식 전문 브랜드인 '그레인그레잇'을 출범시켰다. 삼각김밥, 그라탕, 파스타로 구성된 그레인 시리즈 3종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올해 들어 비건 관련 상품을 찾는 고객 수요가 전년동기 대비 4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GS25는 편의점 빅3 중에 가장 후발주자다. 지난 2월 23일 대체육을 활용한 스테이크, 교자, 삼각김밥 등 채식 간편식을 선보였다. 출시 첫 주보다 3월 21일부터 27일까지 관련 제품 매출이 88.1% 신장했다고 밝혔다.

편의점에는 수많은 간편식이 있지만, 채식 간편식 제품은 전격 출시 이후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김미루 인턴기자

이처럼 편의점 업계는 채식 간편식의 성과에 고무적이지만, 신촌 일대 편의점 점주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세븐일레븐의 한 점주는 "한두 달 전에 신상이었는데 너무 안 팔려서 발주를 아예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사의 설명과 달리 채식 간편식을 발주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한 점주는 "다른 데 가도 다 없을 것"이라며 "장사하면서 손해가 나는데 팔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채식 제품 없느냐'는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에 "그게 무엇이냐"며 여러 차례 되물은 경우도 있었다. CU의 한 아르바이트생은 "본 적도 없다"며 "앱에서 주문해 가져가는 사람도 못 봤다"고 말했다.

채식 간편식을 편의점에서 당장 구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각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고객이 원하는 음식 제품을 선택해 원하는 점포에 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편리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CU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예약 과정을 거쳤다. 앱을 다운로드 한 뒤 로그인을 하고, 원하는 음식 제품을 골랐다. 픽업은 당장 오늘이나 내일은 불가능하고 모레부터 가능했다. 픽업 가능한 시간 또한 제한적으로,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다. 전날 저녁에 미리 받아 오지 않으면, 점심 식사를 채식 간편식으로 간편하게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채식 간편식 후발주자인 GS25도 마찬가지로 로그인 후 예약을 신청하면 모레가 돼서야 물건을 찾아갈 수 있다. 다만 시간 선택지가 넓어 24시간 동안 원하는 시간대를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세븐일레븐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애플리케이션에 예약주문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채식 간편식 브랜드인 '그레인그레잇' 제품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매장에서 제품을 구하지 못하면 세븐일레븐이 출시한 채식 간편식 제품을 구할 방법이 없다.

편의점 본사 관계자들은 점주가 자율적으로 발주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편의점 상권에 따라 판매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점주마다 다 취향이 다르고 오피스 상권에서는 잘 팔리기도 한다"며 "(판매량이 저조한 지역에서) 그 점포는 안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경영주가 발주하는 것이라 강제적으로 요청드릴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miro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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