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비은행 금융그룹인 메리츠금융그룹이 견조한 이익을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의 인재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와 성과 보상주의가 그룹을 호실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8006억 원, 1조383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1.23%, 49.49% 증가한 수치다.
메리츠금융의 두 축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실적을 견인했다.
우선 김용범 부회장이 이끄는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53.1% 증가한 660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보험사들 중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9.3% 증가한 9076억 원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지난해 호실적을 보였다.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61% 성장한 9489억 원, 당기순이익은 38.54% 오른 78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세전이익도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이 넘어섰으며 자기자본이익률은 15.5%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성장세는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의 인재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와 성과주의 경영철학이 배경으로 꼽힌다.
조정호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막내아들이다. 한진가(家) 4남 1녀 가운데 막내인 그는 그룹 안에서 가장 존재감 없던 금융 분야를 물려받았으나 금융권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들로 키워냈다.
업계 안팎에서는 조정호 회장의 인재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와 성과 보상주의가 없었다면 이런 급성장은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정호 회장은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 뒤 경영 활동에 전혀 간섭하지 않고 자율성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2009년 골드만삭스 출신 최희문 현 메리츠증권 대표를 영입해 투자 부문 전권을 맡겼다. 2011년에는 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인 채권전문가 김용범 부회장을 데려왔다. 두 대표는 현재까지 그룹의 양대 축인 증권과 보험을 맡아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호실적에 힘입어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해 2연임에 성공했으며, 최희문 대표도 올해 4연임에 성공하며 업계 최장수 CEO로 자리매김 중이다.
조정호 회장은 김 부회장과 최 대표, 두 CEO의 경쟁체제를 강화해 그룹의 성장세를 끌어올릴 것으로 판단된다.
성과를 조직원들과 공유한다는 점도 메리츠금융이 성장할 수 있게 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철저한 성과 보상주의를 통해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 보수는 1억 원으로, 2020년(9686만 원)보다 314만 원 늘었다. 생명보험사를 포함하더라도 임직원 평균 보수가 1억 원을 넘는 곳은 삼성생명 정도뿐이다.
김용범 부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19억4400만 원으로, 정몽윤 현대해상(26억400만 원), 원종규 코리안리재보험 사장(19억5300만 원)에 이어 보험업계에서 3위를 기록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지난해 1인당 평균 연봉이 2억492만 원으로, 10대 증권 사 중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1억6247만 원) 대비 26.1% 증가한 수치다.
최희문 대표의 지난해 연봉은 28억8000만 원으로,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41억2900만 원),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31억5700만 원),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30억 원), 이병철 다올투자증권(29억4000만 원)에 이어 증권업계 '톱5'안에 들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정호 회장의 경우 지주사를 총괄하고 있지만, 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들이 소신경영을 할 수 있도록 경영전권을 맡기고 있다"며 "특히 두 자회사의 CEO의 경영스타일에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는 동시에 경쟁체제를 가지고 가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러한 경영철학과 성과주의에 근거한 보상체계 등이 메리츠금융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